PR(Public Realations·홍보)과 마케팅의 차이에 대해 가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학문적 정의는 있을지 몰라도 실무자로서 대답하기 애매할 때가 많다. 경영환경이 계속 변화하면서 두 분야 역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대답하자면,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고객이고, PR의 주 대상은 공중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누구나 미디어 파워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고객과 공중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지며 오히려 시너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인 에드워드 버네이스(1891~1995)는 마케팅 PR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1920년대 초 ‘Big Think’(큰 사고) PR을 통해 사회적 맥락 속에서 기업과 조직의 다양한 마케팅 목표를 달성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칸 블랙퍼스트(American Breakfast)’의 탄생이다. 그는 베이컨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사들과 함께 미국인들의 건강한 아침 식사 캠페인을 기획해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또 한 출판사가 책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을 의뢰하자 건설업계를 설득해 붙박이 서가가 달린 주택 인테리어를 미 전역에 유행시켰다. 그리고 비누 판매 촉진을 위해 시작한 안전한 비누 조각 클래스를 30여 년간 전 미국 교과과정에 포함시킨 인물이다. 즉, 기업과 사회, 공중의 상생을 도모하며 PR산업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인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임신 중 흡연 노출 아이 ⓒ여성신문
임신 중 흡연 노출 아이 ⓒ여성신문

버네이스는 담배 판매 증진을 위해 흡연을 여권 신장과 연결시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나 또한 그처럼 가급적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과 기업 PR을 접목하고자 노력했다. 이에는 뜻하지 않은 계기가 있었다. 호텔 홍보실에서 일하던 당시, 국내 최대 항공사의 외국인 기장 100여 명이 장기 투숙 중이었다. 늘 비행 중이라 서로 만날 순 없지만 이들은 각자 급여에서 일정액을 갹출해 국내 지역사회를 돕는 ‘펀드’를 만들었고, 그 일을 내게 일임했다.

프런트 데스크의 벨맨과 셔틀버스 기사들의 자발적 협조가 있었고, 홍보실에서는 언론에 소개된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나섰다. 서울역 노숙자들을 위한 침낭 선물, 정신지체 어린이와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제주도 여행, 아픈 친정 동생의 병원비 지원, 인천 지역 결식아동 어린이들 초청 파티 등. 우리는 외국인 기장들을 대신해 얼굴 없는 산타가 됐다.

이는 신나고 보람 있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각자의 작은 역할을 통해 더 큰 인간성의 유대를 함께 만들어낸 빅 싱크의 경험이었다. 마케팅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도 명확히 설명은 못해도, PR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난 자신 있게 답한다. PR은 문자 그대로 Public Responsibility(공중에 대한 책임)이자, People Relations(사람에 대한 배려)이며, Performance Recognition(착한 일에 대한 인정)이라는 영문의 머리글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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