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섹스, 안전한 선택? 위험한 불장난?
사이버섹스, 안전한 선택? 위험한 불장난?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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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으로도 불경스럽다” “그런 행위에서 여자들에게 돌아오는 건 결국 성희롱과 성폭력” “다른 얘기도 통하는 사람이라면 좀 가까워진 다음에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별도로 만든 아이디로 해본 적 있다”



컴퓨터통신의 온라인 대화방에서 사이버섹스에 관한 여성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부정적인 답변 일변도일 것이라던 애초의 예상은 절반쯤 빗나갔다. 일방적인 강요가 문제이지 쌍방간 ‘합의’가 전제된 행위라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대답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의 필요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면서도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믿을만한’ 상대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공통적. 사이버섹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이들 가운데 대부분 얼굴을 모르는 상대방과 직접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남자들이라면 어땠을까. 실제로도 상대 여성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대답이 우세하지 않았을까.



온라인에서 타이핑으로 문자교환을 통해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이버섹스의 성격과 양상 등을 민족지적(ethnographical)인 방법론으로 조사한 해외의 연구결과를 보면, 사이버섹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문제는 사이버문화 전반, 성(젠더와 섹슈얼리티), 역사,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 많은 분야에 걸쳐서 논의될 수 있는 주제로 보인다.



영국 에색스대학 사회학과의 로빈 B. 햄맨이라는 한 대학원생이 학위논문을 목적으로 아메리카 온라인(AOL) 채팅룸에서 만난 온라인공간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이버섹스에 대해 민족지적인 방법을 동원해 인터뷰한 내용(http://www.socio. demon.co.uk/Cyborgasms.html)은 흥미로운 자료다. 그의 온라인 인터뷰에 응한 레베카란 여대생은 사이버섹스에서 만족감과 위기를 모두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자위보다는 사이버섹스를, 사이버섹스보다는 실제 섹스를 좋아한다”는 이 여성은 “자위보다는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사이버섹스에서 오르가즘에 이르는 속도가 더 빠르지만” 자위할 때는 느끼지 않는 도덕적 회의를 가끔씩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육체관계를 통해 이뤄지는 우발적인 섹스는 더 두렵다”. HIV 감염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사이버섹스는 그녀에게 하나의 ‘안전한’ 선택인 것. 사이버섹스로 스토킹의 위험도 겪었다. 하지만 사이버섹스는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몇몇 상대와의 이러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몸에 대해 내밀한 탐구욕구가 늘어났고, 자신만의 섹슈얼리티는 물론 몸에 대해서도 기분좋음을 느끼게 되었다. 도덕적인 이유와 질병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생활에서 해보지 못한 성적인 시도가 사이버섹스에선 가능했고, 실생활에서도 육체관계의 즐거움을 느끼는 데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그녀의 주장.



사이버섹스의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은 온라인이 다양한 정체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셰리 터클 같은 사이버문화연구의 대가는 이를 다중인격의 ‘무질서’로 보지 않는다. 셰리 터클은 이런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다수의 자아’ 사이를 이리저리 순환함으로써 자신을 확립한다”고 설명한다. 터클의 주장에 따른다면, 레베카가 지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아들은 서로 소통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 각각의 자아는 ‘다양한 정체성’의 형성을 돕는다는 것이다. 레베카의 ‘성적 자아’는 한 인격 안에 내재하는 ‘다수의 자아’ 중 일부분일 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섹스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아 사이에 경계가 희미해진다고 느꼈던 한 여성이, 실제로 만나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를 상대 남성이 거절하자 이를 계기로 이러한 관계가 실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흐리게 할 순 없다고 자각했다는 내용도 있다. 또 자신을 믿고 사이버섹스를 나눈 상대방의 나체사진과 비밀파일을 공개해버린 비열한 사례, 머드상에서의 강간 등 여러 유형이 소개돼 있다. 인터뷰 사례들에 사이보그 이론을 적용한 점도 흥미롭다. 컴퓨터라는 인공보철물(prosthesis)을 사용해 사이버섹스를 나누는 사람들은 “인간이면서 기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실사회가 복합적인(다양한) 자아들을 ‘실험’하는 데 대해 억압적이지 않고 이를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컴퓨터 뒤로 자기를 감춘 채 다양한 정체성을 추구하는 사이보그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이인화 정보자료실 차장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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