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는 열정적인 피아니스트
그가 들려주는 거장의 삶과 알려지지 않은 비화

 

손열음은 음악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에서 마케팅 만능 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고충을 토로한다. ⓒ뉴시스·여성신문
손열음은 음악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에서 마케팅 만능 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고충을 토로한다. ⓒ뉴시스·여성신문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드라마 ‘밀회’ 주인공 오혜원의 대사 중에서)

열정적인 연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첫 음악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중앙북스)를 펴냈다. 5년여 동안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기고한 글을 새롭게 다시 쓰고 재구성해 엮었다. 그의 음악 칼럼은 음악에 대한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해석과 작가로서도 손색없는 필력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 하노버국립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하고 있는 손씨는 “영원한 연주자로 남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책에서는 클래식 거장인 슈만을 비롯해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의 삶과 비화를 들려준다. 손열음은 바이올리니스트인 마이클 래빈을 자신의 ‘영원한 프로메테우스’라고 소개해 눈길을 끈다. 독특한 음색과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을 구사하는 래빈은 천사의 화신이거나 악마의 분신, 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면 연기에 통달한 피아니스트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자신의 인생 첫 번째 천재 피아니스트라 평가하는 인청쭝, 부러운 음색의 소유자 왕샤오한, 손열음을 한국의 피아니스트로 키워준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미국의 영웅으로 기억되는 밴 클라이번의 매력도 일러준다. 마케팅 만능주의 사회에서 예술가가 겪는 고충과 예술을 사랑하는 자세도 이야기한다.

그는 책에서 대중이 궁금해하는 연주자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고독한 연주자의 모습이 담백하다. “가족도, 친구도, 전화기도, 악보도, 아무것도 내 곁에 없는데 나는 무조건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된다는 그 사실. 그 사실이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게 ‘산다는 것’과 너무도 똑같아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 던져진 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그러니 어쩔 수 없겠지.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한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에피소드의 제목이 그랬다. ‘You are (not) alone.’”(‘피아니스트는 혼자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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