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없이 신뢰로 대출해주는
여성 대상 ‘드림펀드’ 조성해
빈곤 탈출·임파워먼트 목표

 

소액대출 사업인 ‘드림 펀드’ 수혜자들이 원금 일부와 이자를 갚고 있다 ⓒ김경애
소액대출 사업인 ‘드림 펀드’ 수혜자들이 원금 일부와 이자를 갚고 있다 ⓒ김경애

㈔글로벌 투게더(이하 GT)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으로 ‘드림펀드(Dream Fund)’를 조성하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KOICA는 해마다 사업 내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보고해야 하는데, 2011~2012년의 경우 DAC 전체 24개 회원국 중에 전체 규모는 18, 17위였으나 젠더 관련 예산은 23위에 그쳐 젠더 이슈에 무관심함을 드러냈다. 젠더 이슈는 ‘성평등과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목표로 하며 모든 예산에 반영돼야 하는 범 분야(cross-cutting) 이슈다. 여기에 투여된 예산은 ‘성평등 중심 원조’(equality-focused aid)로 분류되는데, 이는 ‘기본적 원조’(principal aid)와 ‘의미 있는 원조’(significant aid)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액대출사업은 성평등 중심 원조 중에서 기본적인 원조로 KOICA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액대출 사업은 방글라데시 유누스 박사에 의해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서, 은행이 대출에 토지 등의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담보 없이 대출을 해준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식민지배 기간에 여성들의 토지 점유나 소유권이 점차 박탈당했고 토지는 주로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상속된다. 그래서 아들이 없어 딸이 아버지의 토지를 물려받았거나 남편이 사망한 경우 친척 남성들과 여성 사이에 재산 상속권을 둘러싸고 다툼이 일어난다. 현대적인 법과 관습법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것이 토지를 비롯한 재산권이다. 소액대출 사업은 토지 등 담보가 없는 여성들이 대출을 받아 수입을 늘려 보다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1차 목표를 두지만 수혜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의 임파워먼트 또한 주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드림펀드는 지난 1년간 시험적으로 운용됐다. 처음에는 200달러로 시작해 300달러로 대출액을 늘리면서 3차에 걸쳐 대출과 상환 과정을 거쳤다. 총 250명에게 대출했고 현재 52명에게 대출을 하고 있다. 올해는 다른 지역을 개척해 총 450명에게 200달러씩 대출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탄자니아 현장에는 소장이 있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20대 여성 한정화·김나리 간사가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회계를 공부한 탄자니아 여성 등 여성 2명이 현장에서 실무를 맡고 있다. 또한 다르에스살람대학의 소액대출학과 학생이 인턴으로 일하며 탄자니아 ‘지역사회, 여성, 어린이부’ 소속 탄지니아여성은행이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그 외에 여행사를 경영하며 드림펀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차 대여와 운전을 해주는 탄자니아 남성 마사위가 성실성을 인정받아 현지 사무소의 여러 가지 일을 돕고 있다.

GT로부터 대출받은 여성들은 옷·헌옷·과일·비누·잼 등을 파는 상업에 종사하고, 미장원·음료가게 등 서비스업, 농사짓기, 캐슈너트 가공, 집에 방을 늘려 임대업을 하는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한다. 믈란디지가 도시와 농촌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는 특징을 반영한다.

수혜자들이 GT에 가장 고마워하는 것은 물론 담보 없이 자신의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대출을 해준 것이다. 즉, 자신들을 믿어준 것에 특히 감사해ㅏㅎㄴ다. 흙집에서 초라하게 살던 Ch(가명)는 “자신의 모습이 대출의 판단 기준이 됐다면 돈을 빌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자를 내지 못할 때에도 채근하지 않아 감사하다”고 했다.

또한 대출기관이 수혜자의 집을 방문하고 수혜자들과 대화하는 기관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하면서, 자신을 단순히 돈 빌린 사람으로 취급하고 이자를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과 사업을 돌봐주는 것에 고마워했다. 내가 수혜자들을 만나서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묻는 것조차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애초에 수혜자들이 경계할까봐 이번 만남은 나를 알리는 정도로 하고 조금 친근해진 다음에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려 계획했는데, 외로운 여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에 감사해하고 기꺼이 자신의 아픔을 드러냈다. 그들이 대출금으로 삶이 나아지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내 마음을 받아준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기꺼이 나를 친구로 받아준 것은 그간 GT가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월 1회 열리는 GT의 교육 프로그램은 단체와 수혜자 간 결속력을 높이고, GT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 손자를 기르는 Se(가명)는 아이들의 영양관리에 관한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손자 양육에 실제 참고하고 있다고 했고, Fa(가명)는 말라리아 예방과 대처에 대한 지식을 얻어 아이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으며, 재정·회계 관리 교육을 통해 직접 재정을 계획해 관리하게 됐다고 했다. 그 전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참고 견뎠는데, 이제는 보다 합리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사업도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수혜자들은 탄자니아여성은행의 여성 대표가 와서 “여성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강연한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여성이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힘이 됐다고 말했다.

GT는 수혜자들의 개인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돌본다. Ch(가명)의 여동생이 시장에 가다가 성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됐는데, 가난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근근이 연명하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GT 간사들이 해피빈에 사연을 올려 150만원을 모금해 전달한 바 있다. 여동생은 아직 어려운 상황에서 투병하고 있다. 또한 GT는 화장실도 없이 사는 Ch(가명)에게 화장실을 지어주기도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