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고 공동체 회복 ‘일석이조’
유연하게 일하며 여성이 생산·소비 주체로

 

3일 고양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2015 협동조합 박람회에 참가한 한 조합원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3일 고양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2015 협동조합 박람회'에 참가한 한 조합원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협동조합이 여성의 대안적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거나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여성들이 협동조합을 세우거나 참여하면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이 10년째 50%대에 머물고 있는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고, 사회서비스 분야 수요를 충족시키고 해결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으려면 ‘여성친화적 협동조합’이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문을 연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은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모여 만든 연구 협동조합이다. 석·박사 학위를 가졌지만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에 사표를 내야 했던 여성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직접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다. 풀타임 근무는 어렵지만 자율적 출퇴근제과 파트타임제를 통해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 정부부처와 기업의 정책 개발과 연구용역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다협동조합은 여성 조합원이 주체가 돼 성평등한 가치와 협동적 삶을 추구하는 사례다.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유경희씨와 여성운동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여성주의 협동조합이다. 카페이자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대안적 커뮤니티 공간인 ‘어슬렁 정거장’ 운영과 비혼·미혼, 홀로 사는 여성 노인 등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며 여성의 경제적·정서적 자립을 돕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

이처럼 여성들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단지 여성 조합원이 많다고 해서 모두 여성친화적 협동조합은 아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여성협동조합을 다음의 특성 중 하나 이상을 갖는 경우로 정의 내린다. △여성들이 소비자나 생산자의 주 구성원이 되면서 사회구성원들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를 충족하고 △여성친화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여성 생애주기에 따라 유연하게 일할 대안적 노동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운영 중인 협동조합들은 얼마나 여성친화적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여성친화적 협동조합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수도권에 있는 협동조합 200곳을 방문 조사해 협동조합의 여성친화성을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연구원은 직장친화성(여성 이사 비율, 여성 조합원 비율 등), 가정친화성(유연근로제 도입 여부 등), 사회친화성(사회적 기여 비중 등), 여성친화적 조직문화(남성 중심적 작업 관행 제거 등) 지수를 산출해 협동조합의 여성친화성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협동조합의 여성인력은 직원협동조합을 제외한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여성 조합원 비율은 52.63%로, 소비자협동조합이 76.37%로 가장 높았고, 사업자 협동조합은 39.78%로 가장 낮았다. 여성 이사 비율은 평균 50%였으며, 소비자 협동조합이 70.2%로 여성 이사가 가장 많았다. 여성 대표 비율은 평균 43.1%였다.

협동조합의 평균적 여성친화성 수준을 살펴보면, 직장친화성 지수는 35.52점, 사회친화성 지수는 35.64점, 가정친화성 지수는 23.34점, 여성친화조직문화 지수는 44.23점으로 나타났다(100점 만점). 협동조합 유형별로는 사업자협동조합의 여성친화성 수준이 39.87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소비자협동조합은 51.74점으로 가장 높았다. 직원협동조합은 44.04점,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은 47.23점, 사회적협동조합은 49.97점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여성친화적 협동조합이 더욱 늘어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재고용이나 취업이 협동조합으로 연계되는 고용서비스 확대와 여성친화적 협동조합 발굴·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인력개발과 취업을 지원하는 기관인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에서 협동조합 분야로 연계되는 여성고용서비스 협력 모델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여성친화적 협동조합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협동조합 구직·구인 사이트’ 개설, 권역별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허브 기관으로 지정해 여성친화적 협동조합 설립 지원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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