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국제협의회 참가기

 

유엔 안보리 1325호 관련 국제협의회에 참석한 세계 각 국의 평화활동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무장갈등예방을위한글로벌파트너십
유엔 안보리 1325호 관련 국제협의회에 참석한 세계 각 국의 평화활동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무장갈등예방을위한글로벌파트너십

필자는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1325호 관련 국제협의회에 참석했다. 무장갈등예방글로벌파트너십, 여성평화형성자프로그램, 코데이드가 조직한 회의다. 주제는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 여성, 평화와 안보에 대한 안보리 결의 1325호의 실제적인 이행에 대한 장애물’이었다.

2000년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평화와 안보 영역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통합, 여성의 참여 증진, 여성의 인권 보호, 성폭력 및 분쟁 예방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결의문 이후 안보와 평화 영역에서 여성 참여의 큰 발전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여성들의 참여는 여전히 적다.

국제적으로 1325호 채택 1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1325호 이행과 관련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 작업의 하나로 국제협의회가 조직됐다.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 관련 질문과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안보와 평화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풀뿌리 차원에서 이러한 방해물을 제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평화와 안보에 대한 현재의 제한적·규범적인 프레임워크에 어떻게 도전할 수 있는가.

참가자는 세계 각지 분쟁지역에서 온 성인지적인 평화활동가들이었다. 보통 여성과 평화 관련 협의회에는 여성들만 참석한다. 그러나 이 협의회는 젠더 문제의 해결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중요한 참가자로 초청했다.

회의는 참가자들이 여성과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면서 시작됐다. 옆의 친구가 강간을 당한 것을 알게 되면서, 혹은 남북 교류를 위해 금강산에 가면서, 혹은 학생 때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여성 참여와 리더십 증진의 방해물은 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군사안보 우선정책, 가부장적 태도, 1325호를 이행하려는 정부의 의지 부족 등을 지적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이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34조원을 국방비에 투자하고 있지만, 정치적 영역에서 여성의 권한은 남성의 11%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필리핀의 경우 분쟁 지역인 방사모로지역 평화 과정에 여성들이 참여하면서 평화협정에 여성 관련 조항을 포함시켰다.

아프리카, 동남아, 태평양 지역에서 여성들의 평화안보 관련 연대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한반도의 위기가 남북한 문제를 넘어 동북아 차원의 군비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동북아 지역 여성들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참가자들은 또 ‘만남과 인사’ 모임에서 네덜란드 정부와 헤이그에 있는 외교관들, 시민사회단체와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네덜란드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파트너십이 좋은 국가다. 네덜란드 1325호 국가행동계획에는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파트너로서 공동 서명자이며 시민사회단체의 예산까지 포함하고 있다.

한국 상황에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1325호에 대한 여성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1325호 이행을 위한 정부의 책임 강화,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 관계가 추구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군사안보 우선정책을 뛰어넘어 인간안보와 대화,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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