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여성이 최저임금 미달 비율 가장 높아
여성 노동자 10명 중 2명 최저임금 미달
공공행정, 산업단지, 편의점 등 가리지 않고 최저임금 위반

 

전순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이 지난 6월 서울노동청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의 최저임금 위반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순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이 지난 6월 서울노동청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의 최저임금 위반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8.1%(450원)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8일 12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인상 폭은 지난해 7.1%(370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월급으로 바꾸면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저임금 근로자는 2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의결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20일간 노사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확정, 고시한다. 

여성노동계에서는 여전히 사업장에서 많은 비정규직 여성들이 최저임금 미달 금액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위반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정부 부문인 공공행정과 산업단지, 정규직 일자리에서도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정부부문인 공공행정에서 최저임금 미달자가 11만 명(11.8%)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를 진행한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미달률)는 233만 명(12.4%)으로 노동자 8명 중 1명꼴로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 815만3000명 중 최저임금 미달자는 149만3000명(18.3%)에 달했다. 결혼 여부를 보면 기혼 여성이 기혼 남성, 미혼 남녀를 크게 앞섰다. 여성노동계에선 최저임금 미달자 중 경력단절로 노동시장에서 나갔다가 재진입한 여성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6월 전국 8개 지역 공단 근로자 14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전국 공단 노동실태’도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여성 노동자의 45.6%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최저임금 미달이 심각한 수준이다. 10대 청소녀들이 최저임금을 못 받고 일한다는 얘기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편의점 329곳의 근로조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 편의점 5곳 중 1곳(20%)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은 세븐일레븐이 25%로 가장 많았고 한국미니스톱(20%), GS25(19%), 씨유(18%) 순이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이라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가 근로감독 행정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가 법만 제대로 지키면 된다. 사용자로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부가 최소한의 의무를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적발되더라도 시정하면 처벌하지 않는 관행이 문제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조건이 열악하지 않은 정규직 일자리인데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다”며 “사용자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 역시 법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고용주의 요구대로 일하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 미달자는 최저임금 수혜자와 같은 집단이다.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최저임금 주변에 밀집해 있다. 최저임금 수혜자는 여성을 포함해 학생과 저학력층, 청년과 고령자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면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남녀 임금격차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니까 임금을 낮게 줘도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업주가 적지 않다”며 “여성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수년 전 안산 평등의전화로 접수된 노동 상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4인이 함께 일하는 사업장에선 사장도, 사장 부인도 같은 일을 했다. 대기업 S사에서 몇 단계 내려온 하청 일이었다. 이 여성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하지만 사장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받는 돈이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배 대표는 “하청의 다단계 구조에서 맨 아래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다”며 “사회 전반의 경제민주화와 함께 여성 일자리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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