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 시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 9호선 가양역에서 지하철을 탄 승객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중교통 이용 시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 9호선 가양역에서 지하철을 탄 승객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첨단 기술의 눈부신 혁신 덕분에 우리의 생활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버튼만 누르면 욕망들이 즉시 충족된다. ‘패스트’와 ‘인스턴트’는 현대 문명의 키워드다.

그런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환경 파괴나 에너지 고갈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던 무렵, 그 아이들이 자라날 때 일회용 기저귀가 급속하게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

아기가 배설했을 때 면(綿)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곧바로 축축해지고 그런 채로 일정 시간 견디어야 한다. 반면에 종이 기저귀는 물기를 말끔하게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쾌적한 상태가 유지된다. 아기들은 ‘찝찝함’을 별로 경험하지 못하며 자라난다. 불쾌함에 대한 내성이 부족하기에, 청소년기에 욕구가 생기면 참지 못하고 조금만 심사가 뒤틀리면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상관관계는 하나의 추론일 뿐이다. 다른 변수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매우 안락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게다가 별로 뛰어놀지도 않으니 넘어져 다칠 일도 없고, 환경이 청결해진 데다가 의약품이 발달해서 상처가 곪아 고생하는 경험도 없다. 그렇듯 불편함에 익숙하지 않은 신체는 뭔가 조금만 부족하면 거부반응을 드러낸다.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쾌함과 결핍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을 다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무의식적 착각에 사로잡혀 있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고함을 친다. 상황의 복잡함이나 상대방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는 『철부지 사회』라는 책에서, 그런 심성을 자기애적 만능감이라고 명명하면서 사회 전체를 미성숙 상태에 머물게 하는 원인으로 진단한다. 유아기까지만 필요한 나르시시즘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견지하면서 욕망에 끌려다닌다는 것이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냉방기도 점점 많이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 몸이 추울 정도로 너무 세게 트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버스나 전철 등에서 그러한데, 덥다고 불평하는 일부 승객들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몸은 자연스러운 체온 조절 능력을 잃고 에어컨에 길들여진다. 전기에 중독되어 계절의 정취를 누리지 못한다. 신체가 자연에 순환적으로 접속하지 못하기에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 없는 것이다. 불편은 줄어들지만, 불안과 불만과 불신은 늘어난다. 탈원전이 절박한 과제로 다가오는 지금, 물질적 부족과 신체적 불편함을 상쇄할 수 있는 마음의 탄력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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