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여성 CEO 합창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여성 CEO 합창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여성 CEO 합창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세일아트홀은 활기에 찬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여성CEO합창단(이하 CEO 합창단)의 연습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쁜 일과를 마치고 모인 회원들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대화부터 나눈다. CEO 합창단은 서울지회의 골프 모임과 산악회에 이은 세 번째 동아리로, 2013년 4월 출범했다. 현재 6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기자가 불쑥 들어가 인사를 건네자 여기저기서 ‘편히 앉으시라’ ‘많이 드시라’ 살갑게 챙겨주신다. 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의 모임이 아닌가. 점잖기만 한 사교모임이 아닐까 생각했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둘러앉은 테이블마다 대화가 넘치고 웃음꽃이 핀다. 한 회원이 스카프 수십 장을 준비해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 기자의 목에도 예쁜 스카프가 둘렸다.

단원들의 나이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합창단을 이끄는 원완희(서울지회 부회장) 단장은 “다들 CEO로 회사에서는 대단한 분들이지만, 합창단에 모이면 서로 존중하고 협조한다”며 “나보다 선배들도 계시지만, 이렇게 보고 있으면 다들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숙 부단장은 “선후배가 있는 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며 “임원들의 헌신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창단은 늘 공연을 염두에 두고 연습한다.
합창단은 늘 공연을 염두에 두고 연습한다.

이날 마침 6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음악회 ‘하모니 인 뮤직’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도착했다. 회원들은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그날의 감동을 떠올렸다. CEO 합창단이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날이었다. 100인의 합창단 안에서 마음껏 실력을 뽐낸 날이기도 하다.

초창기부터 지휘를 맡아 온 장베드로 백제예술대학 음악과 겸임교수는 “처음에는 (실력이) 조금 황당했다.(웃음) 음악으로 모였다기보다는 열정으로 모였기 때문에 그랬다”며 “쉬운 곡을 가져와도 어렵다고 했는데 지금은 웬만한 곡은 그 시간 안에 다 소화한다.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라고 칭찬했다. 합창단은 늘 공연을 염두에 두고 연습한다. 지금까지 연습한 곡은 30여 곡으로, 당장 공연 섭외가 들어와도 부를 수 있도록 10~15곡의 레퍼토리를 준비해 놨다.

장 교수는 “모두 리더들이라 집중력과 열정이 강하다. 사업으로 해외를 오가면서도 연습에 참석할 정도”라며 “회사에서는 불호령을 내리던 사장님일 텐데 여기에 모이면 소녀 같다. 경영이 아닌 음악으로 행복감을 찾고 좋아하시니까 저도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회원들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회원들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업을 위한 커뮤니티 모임이 아닐까 싶지만, 연습실에 모이면 사업 얘기는 안 한다고. 원 단장은 “여기에 오면 일 얘기는 안 한다.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일단 재밌다. 힐링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 노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이민재)는 여성 기업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별 전문 교육을 시행하고, 세계 여성기업 간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전국 15개 지회와 2000여 개의 회원사를 지닌 여성경제단체다. 서울지회(회장 여봉례)는 현재 300여 명의 여성 CEO가 활동하고 있다.

의류, 부동산, 팬시, 컨설팅 등 각자의 일터에서 성공의 무대를 밟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다져진 여성 CEO들. 사업을 일구며 합창단까지 꾸준히 참여하는 일이 힘들진 않을까. 백순복 서울지회 총무부회장은 “기업인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자는 뜻에서 결성하게 됐다”며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 실력을 떠나 소속감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