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섭 교수의 '#HeForShe' 동참기

UN 여성(UN Women)은 양성평등(gender equality)과 여성권리강화(empowerment of women)를 위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UN 산하기구이다.

 

HeForShe 켐페인은 그동안 여성운동가들이 주동이 되어 진행되어 온 양성평등운동이나 여권신장 운동에 여성의 권리 보호와 신장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남성들이 동참하는 연대운동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HeForShe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http://www.heforshe.org/

 

이 운동은 2014년 7월부터 시작되었지만 그간 우리나라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지난 2015년 5월 23일 여성신문사에서 이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아래 여성신문 기사 참조)

http://www.womennews.co.kr/news/83655#.VZbIghvtmko

 

HeForShe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어떤 의미가 될까? 직역하면 "여성을 위한 남성" 정도가 될 터이다. 그렇다고 여성만을 위하여 헌신하는 남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취지를 보면 이 운동은 '남성과 여성이 사회·경제·정치적으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양성평등은 여성만이 주장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고 남성들이 그 상황을 인식하고 동참해야만 다가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참여가 꼭 필요한 것이다. 거꾸로 어떤 측면에 있어서는 "SheForHe"도 필요한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요즈음 여성의 권리가 너무 신장되어 오히려 남성권리찾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여자들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우스개소리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아마도 실제 양성평등의 실태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시는 말이 아닌가 한다. 또 그간 양성평등이 너무 여성의 권리신장만을 내세우고 남성들을 여성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가해자 취급을 해온 탓도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 

최근 여성신문에 우리나라 양성평등 실태에 관한 기사(2015.06.26 인터넷)가 실린 것이 있다. 이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평등순위는 조사한 142개국 중 117위이다. 이 정도면 가히 창피하다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경제활동참가 및 기회는 124위, 동일 직군 남성과의 임금 평등은 125위 (임금 격차가 40%를 넘는다)이다. 연금의 경우도 차이가 많이 나서 65세 이상 남성이 평균 연금은 한달에 36만원인데 여성은 15만원으로 반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공적연금을 받는 비율도 남성은 47.3%인데 여성은 16.7%에 불과하다.

http://www.womennews.co.kr/news/84452#.VZbJRxvtmko

 

이외에 여성과 관련된 성인지 통계정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통계정보시스템(https://gsis.kwdi.re.kr/gsis/kr/main.html)'에 들어가면 자세히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특별히 여성운동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남성운동가도 아니다. 나는 그저 우리가 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한 대접을 받고 권리를 행사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일 뿐이다. 학생 때부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학교육기관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 (경성여자의학강습소,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로으로 출발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학교를 졸업한 후 의사학 강의를 하면서 로제타 홀 여사가 여성을 위한 선교 30년을 맞으면서 한국 여성을 위한 여의사 양성을 주장했던 이유가 같은 인간이면서도 심지어는 의료에 있어서조차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던 현실을 고쳐나가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러한 정신을 후배들에게 이어주기 위해 의사학 시간 중 1시간을 로제타 홀 여사가 일을 했던 보구녀관,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그리고 그녀가 이루어낸 조선여자의학강습소의 전통이 어떻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이어져왔는지를 이야기한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히포시 선서(The HeForShe Commitment)"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여성평등이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라고 믿는 수십억 남성 중 한 명이다. 또 나는 지금보다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 위하여 성차별과 성폭력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로 맹세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HeForShe 운동에 참여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여성과 가족, 공동체, 사회에까지 미칩니다. 이를 멈추는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여성과 남성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HeForShe Korea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https://www.facebook.com/heforshekr

 

뒤늦었지만 2015년 7월 2일 HeForShe 운동의 취지를 듣고 동참하기로 결정하여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람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렸다. 그동안 SNS를 통해 진행되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여러 캠페인에는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건은 못생긴 얼굴까지 드러내며 참여를 할 만큼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엄창섭 고려대 교수 ⓒ출처=엄창섭 교수 공식 블로그
엄창섭 고려대 교수 ⓒ출처=엄창섭 교수 공식 블로그

참여 방법은 위 사진과 같이 종이에 "#HeForShe"라고 적고 그 밑에 자신의 이름과 e-mail 주소를 적은 후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 된다. 해쉬태그가 있기 때문에 유엔에서는 자동으로 누가 언제 어디에서 참여하였는지 알게 되고 통계로 잡힌다고 한다. 친구분들이나 이웃분들 중에서도 같이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 얼굴 드러내기 싫으신 분은 선그라스를 끼시면 될 것 같다. ^__^ 그리고... 이 운동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아쉽지만 여성분들은 다음에 있을 지도 모를 "SheForHe" 캠페인을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음, 이것도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건가? 갸우뚱.)

구체적인 방법은 여성신문에 게재된 아래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엄창섭 교수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는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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