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관심 가져야 여성인권 문제 해결돼”
“남자들이 관심 가져야 여성인권 문제 해결돼”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5.07.07 09:23
  • 수정 2017-12-2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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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위해 프로젝트 이어와
이 시대 어머니들 재조명… 여성과 아동에 관심

못다 핀 할머니들의 삶은 꽃이 됐다. 패션 브랜드 ‘마리몬드(Marymond)’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응용해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여 입소문을 탔다. 이 제품은 올해 초 ‘인기 아이돌 수지가 쓰는 휴대폰 케이스’ 브랜드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패션 제품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마리몬드의 윤홍조(30) 대표를 지난 6월 30일 만났다.

 

마리몬드 휴대폰 케이스 제품을 들고 선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리몬드 휴대폰 케이스 제품을 들고 선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리몬드’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꽃피는 아몬드 나무(Almond Blossom)’에서 따온 이름이다. “못다 핀 꽃에 나비가 앉을 때 꽃이 만개한다는 뜻이에요. 상처의 치유를 돕는다는 뜻도 있죠.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물건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할머니들의 치유를 돕는 일, 바로 마리몬드의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입니다.”

마리몬드의 휴대폰 케이스, 물병, 캔버스백 등 제품은 대부분 고 심달연·김순악 할머니가 심리치료 중 남긴 압화 작품을 응용해 디자인한 제품이다. 제품 소개에는 ‘아티스트’인 할머니의 프로필도 실렸다. “꽃무늬가 마음에 들어 구매했는데, 깊은 메시지가 담긴 제품이라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선물용으로도 인기 있고요.”

할머니 한분 한분의 삶을 재조명하는 ‘휴먼 브랜딩’ 프로젝트도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메리골드, 살구꽃 등 할머니들의 성격과 인생에 어울리는 꽃을 정해 소개하는 ‘꽃할머니’ 프로젝트다. 앞으로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디자인 제품도 만들 계획이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문제 알리기를 넘어 실질적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와 협력해 마리몬드의 복숭아꽃 패턴 디자인을 사용한 파우더 제품을 선보였다. 판매 수익 일부는 세계 전쟁 피해 여성을 돕는 ‘나비기금’에 기부된다. 앞서 2013년부터 1년간 티셔츠 판매 캠페인을 벌여 1억여 원을 모았고, 약 15%를 일본군위안부 역사관 건립 및 할머니들의 생활·복지 기금으로 전달했다. 지금도 매출 일부를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바탕으로 한 마리몬드의 꽃 패턴 디자인 ⓒ마리몬드 제공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바탕으로 한 마리몬드의 꽃 패턴 디자인 ⓒ마리몬드 제공

윤 대표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고 사업을 구상한 것은 2009년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부터다. 그는 지역사회 문제 개선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생 단체 ‘인액터스’에서 활동하며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희움 더 클래식’이라는 브랜드를 설립해 팔찌 등을 판매했지만, 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어요. 또 아무리 가치 있는 메시지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로 제공하지 않으면 빛이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이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소셜벤처 육성사업에 선정, 브랜드 컨설팅과 지원금 1억원을 받아 사업에 매진했다. 지난해 3월 ‘마리몬드’로 이름을 바꾸고, ‘수지 휴대폰 케이스’로 화제에 오르며 올 상반기 매출 9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매출의 2배 수준”이라며 “‘수지 효과’도 컸지만 소신 있는 브랜딩이 빛을 본 것 같다”고 윤 대표는 말했다. 

마리몬드 입사의 필수 조건은 ‘위안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직원 18명은 매주 수요일 돌아가며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할머니들을 만난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분명한 미션을 지닌 기업이지만, 미션에 삶이 함몰돼서는 안 된다고 윤 대표는 말한다. “선의를 앞세워 사람을 도구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소중한 가치를 위해 밤새워 일하면서도. 저희 스스로를 혹사하는 건 아닌지 항상 고민해요.” 더 높은 연봉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회사로 성장하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딛겠다는 말이다. “마리몬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여러 협력 사업 제안이 들어오는데요. 조심스레 판단하려 해요. 수익성, 사업성보다 그 프로젝트가 던지는 메시지를 먼저 고려합니다. 찰나의 이익을 위해 ‘기본’을 잃고 타협하면 소비자도 저희도 결국 실망할 뿐이니까요.”

이 시대 어머니들 재조명… 여성과 아동에 관심

“남자들이 관심 가져야 여성인권 문제 해결돼”

 

마리몬드는 지난 6월 9일부터 어머니들을 자아 찾기를 돕는 I MARYMOND MO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리몬드는 지난 6월 9일부터 어머니들을 자아 찾기를 돕는 'I MARYMOND MO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의 파트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만이 아닙니다. 회복이 필요한 모든 이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존귀함을 찾아 드리려 합니다.” 지난 6월 9일 마리몬드는 ‘우리 시대 어머니들 재조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월부터 온라인 사연 접수를 통해 선발한 어머니 10명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초빙해 ‘엄마의 자아와 소망 찾기 프로그램’을 4주간 진행한다. 

“왜 어머니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일까요? ‘그냥 엄마’가 아니라 자신만의 소망과 재능을 지닌 멋진 여성이잖아요. 어머니들의 삶 이야기를 듣고, 영상도 찍고, 각자의 소질을 찾아보고, 재능 있는 분께는 직접 작품을 만들 기회도 드리고 싶어요.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어머니들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윤 대표는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남성들의 참여는 든든한 발판이 된다. “남자인 제가 왜 여성을 돕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지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남자들 또는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할 때 이런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최근 마리몬드는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15 한류 우수상품 & 서비스대전(K-Style Fair 2015)에, 9월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한다. 액세서리 제품 종류를 늘려 파리, 뉴욕 등 해외 매장에도 입점을 시도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해외에 매장을 여는 겁니다. 국적을 떠나 모든 여성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곧 위안부 문제를 다룬 웹툰도 제작할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면서도 외면했던 콘텐츠를 모두 전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브랜드와 사람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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