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저출산 원인… 주택·임금·일자리 질
성별 임금격차 줄여야 남성 양육참여 늘어
높은 주택가격·고용 불안도 함께 해결해야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높은 주택 가격,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노동 환경, 남성의 소극적인 돌봄 참여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여성의 낮은 임금이 여성이 주 양육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여성의 출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높은 주택 가격,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노동 환경, 남성의 소극적인 돌봄 참여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여성의 낮은 임금이 여성이 주 양육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여성의 출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0.97명. 2013년 기준 서울에 사는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보다도 낮은 수다. ‘출산율 제로(0)’라는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도 출산율이 더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높은 주택 가격,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노동 환경, 남성의 소극적인 돌봄 참여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여성의 낮은 임금이 여성이 주 양육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여성의 출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지급 등을 통해 성별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금은 낮고, 육아휴직은 못 쓴다. 결혼은 했으나, 사람들이 기대하는 2세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32세 S씨, 서대문구 거주, 비정규직)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출금이 있는데, 대출금을 남편 월급으로만 감당해야 하고, 어린이집 비용까지 더해야 하니 둘째 낳을 생각을 못 하는 거죠.” (31세 L씨, 금천구 거주, 비정규직)

“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받으면 아이를 낳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 거지.” (32세 S씨, 서대문구 거주, 비정규직)

저출산 원인 분석을 위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진행한 심층면접(FGI)에 참가한 기혼 여성들의 목소리다. 장진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가족정책실 연구위원은 지난 6월 29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주최한 저출산 대응 정책 토론회에서 서울시 여성의 출산영향 요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FGI에 참여한 여성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 불안정한 일자리,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근로환경을 출산을 가로 막는 장벽으로 꼽았다. 특히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는 여성들이 출산 이후 지속하기 어렵게 할 뿐더러 출산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꼽혔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상담을 하다 보면 일하는 여성들이 임신을 하면 그때부터 회사로부터 생산성이 떨어지는 불량품 취급을 받고, 상사로부터는 거추장스러운 존재, 동료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며 “특히 비정규직은 불안한 고용 형태로 인해 산전후휴가조차 쓰기 어렵고,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면 직위를 해제하거나 아예 다른 업무에 배치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여성 근로자에 대한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지원제도, 돌봄의 사회서비스화 등의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모든 제도가 여성에게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임금을 높여야 여성들만 해야 했던 육아휴직, 일·가정 양립지원제도, 돌봄노동 영역에 남성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여성 근로자의 58%는 비정규직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여성이 받는 평균임금은 남성의 60% 수준에 머무른다. 이토록 낮은 임금은 남성이 생계부양을 하고 여성이 양육을 도맡는 구조를 굳건하게 만든다. 이 사무국장은 여성의 임금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지급, 여성집중취약직종 인증 통한 노동자·사업체 인센티브 지원, 가사서비스 지원, 성별 임금격차 줄이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날 남성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정은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에서부터 남성들의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남성의 양육 참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양육에 대한 성평등적 인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양육에 어려움을 겪은 아버지를 위한 아버지 역할지원센터 설치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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