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들의 도서관…할 일이 많습니다”
“도서관들의 도서관…할 일이 많습니다”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7.12.20 14:59
  • 수정 2017-12-2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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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관 70주년 맞아 천만 장서 달성
미국과 프랑스 이어 세계에서 15번째

고속 로봇 스캐너 처음으로 도입
지난해까지 약 46만 책 디지털화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이정실 사진기자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이정실 사진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법상 국가대표 도서관으로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보존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서가 1000만 권이 됐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학술 분야의 누적된 창작 역량이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줍니다.”

올해로 개관 70주년을 맞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서 1000만 시대를 열었다. 6월 25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임원선(53·사진)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며 “우리나라가 이제야 성장한 몸에 걸맞게 지적인 능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1000만 장서를 서가에 꽂으면 약 235㎞에 달하고, 경부고속도로로 서울에서 추풍령 고개를 넘어 김천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국립도서관으로는 세계에서 15번째이고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서울대 도서관은 453만 권, 국회도서관은 428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법에서 정한 국가대표 도서관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모든 자료를 빠짐 없이 수집·보존해 후대에 전승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만큼 책임감에 사명감까지 더해지는 자리일 것이다. 임 관장이 말하는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드디어 1000만 장서가 모였습니다. 첫 번째 책과 천만 번째 책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책은 조선정경연구사가 발행한 『해방전후(解放前後)의 조선진상(朝鮮眞相)』입니다. 일본의 식민정책을 비판하고, 독립운동을 소개하는 한편, 광복 후 각종 정당, 단체, 인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0만 번째 책은 다할미디어가 발행한 『한국의 채색화』란 책으로 모두 세 권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채색화들을 수록한 도록입니다. 국내외에 미술관 등에 소장된 민화까지 두루 수록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와 70년대에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출판량은 90년대에 들어서야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일종의 지체현상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제야 성장한 몸에 걸맞게 지적인 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들의 도서관이라고도 불립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보통 나라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도서관법은 출판사들이 발간 자료를 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납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집 근처의 공공도서관 등에 없는 자료도 최종적으로는 중앙도서관에 오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전국의 도서관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ISBN, ISSN 같은 국제표준자료번호, 도서관 자료 관리 표준 그리고 사서 교육훈련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하나는 자료를 망라하여 수집하고, 수집된 자료를 이용자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료 수집의 망라성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책이나 잡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자료를 포함해 상업적으로 서비스되는 음원 자료 그리고 방송 자료까지 빠짐없이 수집해야 합니다. 또 조금 전통으로의 복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시대에는 디지털화되지 않는 것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콘텐츠가 아니라 그것이 수록된 매체의 물성이 중요시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난해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이 경매에서 70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습니다. 시집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수록하고 있는 시집 그 자체의 가치인 것이죠. 라키비움(Larchiveum)이라고도 하는데요, 도서관도 박물관처럼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국민이 관람하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해볼 계획입니다.”

-도서 디지털화도 진행 중입니다.

“장서가 1000만 권이 됐다고 해도 도서관에 오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화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디지털화할 책으로 약 250만 책을 선정하고 있는데요, 이 중에 지난해까지 약 46만 책을 디지털화했습니다. 좀 서둘러서 할 필요가 있어서 지난해 페이지를 스스로 넘기면서 시간당 최고 2500여 면의 고속 스캔과 광학문자인식처리를 통한 텍스트 변환까지 가능한 로봇 스캐너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를 하면 우선 다른 도서관에서도 쉽게 보실 수 있고, 자료의 원문 검색도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향후 저작권료를 내고 안방 도서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법제도 개선도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검색 오류 등 이용자들의 불편을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대국민 서비스기관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자료를 빠르고 쉽게 찾아서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발간되는 자료들을 빠짐없이 수집해야 하고 새로이 발전되는 기술을 활용해서 그 자료들을 더 쉽게 검색하고 이용하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이 과정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평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임 관장은 여성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문화, 교육,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임 관장은 여성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문화, 교육,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도서관의 여성 이용률이 남성에 비해 낮은데요.

“20대에서는 남녀의 이용률이 비슷하나 40대 이상에서는 남성 이용률이 현저히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보입니다. 하나는 아무래도 여성의 경우에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 남성보다 다양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부의 경우에 보통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중앙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과는 다르게 16세 이상의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 교육,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겠지요.”

-여성 관리직 임용 목표제는 어떻게 진행하고 계신가요.

“도서관은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고위공무원 5명 중 2명이 여성이고, 과장급 17명 중에도 7명이 여성입니다. 아무래도 섬세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도서관 업무가 여성의 적성에 잘 맞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 도서관 2차 소속기관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국립세종도서관 모두 여성 공무원이 기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매월 추천 도서를 발표한다.

“책을 읽고자 해도 막상 많은 책 중에서 마땅한 책을 고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매월 사서추천도서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초판 발행 6개월 이내의 도서를 대상으로, 다양한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주제 분야별 도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한다는 취지에 맞추어 베스트셀러는 될 수 있으면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제 분야별로 독자의 흥미와 독서 욕구를 유발하고, 자료의 내용이 충실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높은 도서를 위주로 선정합니다.”

-검소한 도서관 결혼식이 인기입니다.

“지난 3월까지 164쌍을 기록했습니다. 작은 결혼식은 결혼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고, 결혼이 두 사람만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노력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어서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이용 신청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분기별로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올 4분기 결혼식은 7월 1일 오전 10시부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주로 어떤 책을 권하시나요.

“대학교 4학년인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는데, 두 살 아래인 아들 녀석이 게임에만 열심이어서 걱정입니다. 특별히 어떤 책을 권한다기보다 그저 제가 읽다가 좋다 싶으면 잘 보이도록 거실에 있는 책상 위에 오래도록 방치하곤 합니다. 그러면 가져다가 읽기도 해요. 하지만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입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해주신 책이기도 합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삶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장이 좋은 게 사무실에서 책 읽는 게 자연스러워요. 아무리 바빠도 짬짬이 시간이 나는 법이니까요. 보통은 저녁에 퇴근해서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특별히 좌우명이랄 것은 없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변명을 한다거나 자기합리화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만, 쉽지는 않네요.”

 

• 임원선 관장 약력

숭실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프랭클린 피어스 로 센터 지식재산권석사

동국대 법학박사

성균관대 한국사서교육원 1급 정사서

제30회 행정고시 합격

2004년 문화관광부 관광국 관광정책과장

2006년 세계지식재산기구 컨설턴트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장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2013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장

 

• 주요 저서

『교사를 위한 저작권』(2003),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 조약 및 실연, 음반조약해설』(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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