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현금 내고 신부 데려가는 남자들
도망간 언니 대신 형부와 결혼하기도

 

다르에스살람과 믈란디지 사이의 도로 주변에서 여성들이 차콜을 팔고 있다. ⓒ김경애
다르에스살람과 믈란디지 사이의 도로 주변에서 여성들이 차콜을 팔고 있다. ⓒ김경애

유엔이 1975년부터 1985년까지를 ‘세계 여성의 해’로 선포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추진됐던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탄자니아도 참여했다. 헌법, 법률, 관습법의 3가지 법률 체계를 갖고 있는 탄자니아는 ‘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에 이어서 헌법과 법률에 가족과 상속, 재산권에 관해 남녀평등을 명시했다. 1999년에는 토지 소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여성이 재산을 소유할 수 있도록 명기했다. 또한 ‘지역개발, 여성, 어린이부’(The Ministry of Community Development, Women and Children)를 설치했고 부처 산하에 탄자니아여성은행이 설립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재산 상속과 토지 등의 소유, 그 외에 결혼과 가족생활과 관련해 여성의 권한을 제한하는 관습법이 아직도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과 관련해 두드러지는 관습법은 신랑이 신부의 부모에게 신붓값을 지불하고 결혼식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남편이 직업 군인인 Ma(가명)와 ‘수학과 기술연구소’ 연구원인 남편이 장학금을 얻어 다르에스살람대학원에 진학한 후 결혼한 지 1년 만에 자신을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찾아보지 않았다는 Jo(가명)는 결혼할 때 남편이 60만 실링(약 300달러)을 친정부모에게 지불했고 결혼식 비용을 부담했다고 한다. 말린 생선 장사를 하는 Wi(가명)의 부모는 소 2마리, 염소 2마리와 현금으로 20만 실링(약 100달러)을 받았는데, 이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은 것이다. 남편과의 나이 차이가 13살이나 나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음료 가게를 하면서 농토를 임차해 농사를 짓는 Ka(가명)는 언니가 결혼생활 몇 개월 만에 도망가버리자 형부가 집으로 찾아와 지불한 신붓값을 내놓으라고 따졌다. 궁지에 몰린 아버지는 자신에게 딸이 한 명 더 있으니 결혼하라고 해서, 언니를 대신해 남편과 결혼했다(남편은 결혼 4년 만에 떠나버렸다 한다).

Ch(가명)와 같이 혼전 임신을 한 경우나 미용사 Sa(가명)처럼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매결혼을 하는 경우에는 신랑은 친정부모에게 신붓값을 치르고 결혼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붓값은 결혼 생활에서 여성의 지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즉, 남편은 결혼 당시 신붓값을 지불했기 때문에 값을 치른 만큼 여성이 노동을 하고 생계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농사를 비롯한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가사노동도 전적으로 수행하며 남성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 연료와 물 조달은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다. 탄자니아 대부분의 농촌 여성들은 땔감과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 한두 시간씩 먼 길을 걸어 무거운 짐을 지고 운반해야 하는데, 이는 여성에게 고통스러운 부담이다.

도시와 농촌의 중간 지점인 믈란디지 지역의 여성들은 농촌 지역 여성들보다 형편이 약간 나은 것 같다. 차콜(석탄으로 만든 숯 같은 연료)을 사서 쓰는데 날씨가 덥거나 온화해서 집 난방을 할 필요가 없고 차콜 값은 비교적 싸서 연료비는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차콜을 구매하는 것도 경제적 부담이 된다.

서민들의 주식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우갈리’다. 옥수수 가루와 물을 함께 넣고 끓여서 계속 휘저어주면 백설기와 비슷한 형태로 변하는데 완전히 뭉쳐지면 완성된 것이다. 콩, 채소, 닭요리 등과 함께 먹는다. 쌀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먹을 수 있고 채소나 고기도 귀한 식품 재료다. 식기는 양은으로 만든 쟁반 같은 것으로 매우 간단하고 둘러앉아서 수저 없이 손으로 먹는다. 조리를 위해서는 작은 풍로에 차콜을 넣고 조리하는데 처음 피울 때는 연기가 심해서 주로 집 밖의 마당에서 사용하며, 비가 오면 집안으로 들여 사용한다. 물은 대부분이 수도가 설치된 곳에서 조그마한 비닐 통으로 사서 먹는다. 좀 여유가 있는 경우 물 저장 탱크를 설치해서 물을 사용한다.

집 크기는 다양하다. 집이 비교적 크고 시멘트에 페인트칠을 하고 깨끗이 정리된 집도 눈에 많이 띈다. 수혜자의 집 중에는 거실이 있어 소파를 구비하고, 부엌이 따로 있으며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된 경우도 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흙으로 집을 지어 살고, 벽돌 집에 사는 것은 형편이 조금 나은 경우다. 벽돌집은 벽돌을 포개어 놓고 시멘트로 고정시킨 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바닥 위에 거적을 깔고 산다. 가구가 없어 모든 물건이 방안에 늘어져 있거나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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