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는 하나, 극심한 가뭄이 해갈되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강수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악의 가뭄에 북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북한은 전력 생산량의 6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번 가뭄에 가뜩이나 열악한 전력 공급에 더욱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물과 에너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력발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 화석연료의 채굴, 발전소 가동 등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엄청나다. 원유와 가스의 채굴 과정에서는 초당 265리터, 화력발전에는 초당 35톤, 원자력발전에는 초당 50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대로 물을 쓰기 위해서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취수와 정수, 운반, 급탕 그리고 하수 처리에 이르기까지 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도 많다.

물은 물이 아니라 곧 에너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뭄이 심각해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때인 만큼, 나도 모르게 물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을 살펴봐야 할 때다.

우리가 흔히 쓰는 가전제품 중 물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정수기다. 특히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는 한 컵의 물을 정수하면서 3~4컵의 물은 버려지게 만든다. 해외에선 물의 미네랄까지 다 걸러버리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데, 국내에 보급된 정수기는 70% 이상이 역삼투압 방식이라고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고도정수 처리해 그냥 마셔도 되는 깨끗한 수돗물을 헛되이 버려지게 만드는 정수기들이 많이 보급돼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얼음까지 얼려주고 커피도 타주며 탄산수도 만들어주는, 더 많은 기능을 갖춘 정수기들이 앞으로 더 많이 보급될 테고, 더 많은 물과 에너지가 낭비될 것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역삼투압 정수기 추방 시민운동연합’이라는 단체를 발견하고 반가웠다. 이 단체는 역삼투압 정수기가 물과 에너지를 낭비할 뿐 아니라 수돗물을 산성수로 만들어 국민의 건강도 해친다고 주장하며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뭄과 물 낭비, 정수기와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이 단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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