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연합회, 1년 가까이 화요일 정오 탈핵 캠페인 ‘호응’
고리 1호기 즉각 폐쇄와 새 원전 건설 계획 중단에 ‘화력’ 집중
재생에너지시설과 가스복합화력발전 중심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국YWCA연합회 실무자들이 23일 낮12시 서울 명동 연합회 앞에서 제65차 탈핵 불의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실무자가 시민에게 탈핵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YWCA연합회 실무자들이 23일 낮12시 서울 명동 연합회 앞에서 제65차 탈핵 불의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실무자가 시민에게 탈핵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18일을 끝으로 폐로의 길에 들어선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당초 설계 수명 30년이 끝난 뒤 10년간 가동 연장 허가를 받아 수명을 연장했다.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이 나긴 했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내 원전 해체 기술이 선진국 대비 70% 수준인데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을 경우 진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500억원을 투입해 고리 1호기 해체기술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해체 작업은 2030년께 완료된다.

YWCA 탈핵 캠페인 현장 가보니

고리 1호기 폐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탈핵을 요구한 지역사회의 힘이 이뤄낸 결실로 그 중심에 여성이 있기 때문이다. 6월 23일 낮 12시 서울 명동 한국YWCA연합회 앞에서 진행된 ‘제65차 탈핵 불의날 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차경애 회장은 “1년 넘게 여성들이 진짜 애 많이 썼다”며 “고리 1호기가 10년이나 가동 연장됐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 국민의 생명보다 경제 논리가 우선시돼 왔다. 생명을 살리는 여성운동이 탈핵을 강조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차 회장은 “정부는 지금의 원전 확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고리 1호기 역시 2년 뒤가 아니라 곧바로 폐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운동이 탈핵에 집중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컸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활운동이 확산된 것이다. 후쿠시마 이전에는 원전 건설을 둘러싼 지역의 문제에 국한됐으나 후쿠시마 이후에는 핵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시민들이 각성하면서 탈핵 운동이 본격화됐다.

한국YWCA연합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3주기인 2014년 3월 11일부터 지금까지 공휴일을 제외하곤 매주 화요일 정오에 탈핵 캠페인을 벌여왔다. 시민 10만 명의 지지 서명을 부산시에 전달해 서병수 시장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리 1호기 폐쇄는 부산YWCA를 주축으로 한 부산범시민운동본부의 역할이 컸다.

이윤숙 중점운동국 부장은 “캠페인 초기에는 일부 시민들이 ‘여자가 전기를 알아?’ ‘국가정책을 알아?’ 하며 사시의 시선을 보냈으나 지금은 탈핵에 지지와 공감을 보내주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며 “끈질긴 문제 제기가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YWCA는 고리 1호기 폐로 결정이 난 후에는 새 원전 건설 계획 중단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를 계기로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핵발전소에 의존하지 않는 지역 분산적이고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도시가 쓸 전기를 지역에서 생산하고 전기의 무한한 소비를 부추기는 원전 확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전소 남아도는데 왜 원전 짓나

정부는 지난 8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2029년까지 전력소비량과 최대전력이 연평균 2.2%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1500㎿ 규모의 새 원전 2기를 짓겠다는 것이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력 수급 전망에 따를 경우 약 3000㎿ 물량이 부족하다”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2기를 지어서 온실가스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은 6월 말 최종 확정된다.

추가되는 원전 2기와 연내 가동될 신월성 2호기를 포함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확정된 원전은 총 13기다. 이에 따라 폐로되는 원전이 없을 경우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수는 현재 23기에서 2029년 36기까지 늘어난다.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데는 7조원이 들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강원도 삼척 대진항 인근에 대진 1‧2호기 또는 경북 영덕군에 천지원전 3‧4호기를 짓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최종 입지 선정은 2018년 발전사업 허가 단계에서 확정된다. 원전 업계에서는 경북 영덕이 최종 후보지로 낙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원전 건설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우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강원 삼척의 경우 지난해 10월에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 다수가 반대의사를 확실히 표명했고, 경북 영덕도 최근 군의회 여론조사에서 58%가 넘는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소비 증가율은 하락세다. 2012년 2.5%, 2013년 1.8%, 2014년 0.6%로 계속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를 높게 잡아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석탄화력 발전소는 지난해 전체 발전량의 45.9%, 원전은 35.4%의 전기를 생산했고 천연가스(LNG) 발전소는 15.5%에 그쳤다”며 “발전소를 돌리는 우선순위가 대체로 원전-석탄화력-천연가스 순이다. 그런데 발전소를 많이 짓는 바람에 후순위인 천연가스 발전소는 가동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위원장은 “발전소가 남아돌고, 지역주민들도 반대하는데 정부가 새 원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원전을 둘러싼 이권 때문”이라며 “원전은 1기 짓는 데 4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토건사업이다. 원전 확대 정책으로 가야 이익이 생기는 집단이 많아 국가 전력정책이 엉터리가 됐다. 재생에너지 시설과 가스복합 화력발전을 통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21일 발표한 ‘전기요금 부담 경감방안’도 정책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전기 과소비를 유도해 원전 추가 건설의 명분을 마련하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