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반세린 조건부 승인권고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사회적 지지 논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단이 여성들의 저활동성 성욕장애, 성적 관심 흥분장애(HSDD)를 치료하기 위해 ‘핑크 비아그라’라고 알려진 플리반세린을 지난 5일 조건부 승인 권고했다. 이에 플리반세린은 오는 8월 시장 판매가 전망된다.

이미 시중에 유통되는 남성용 성기능 개선 약품은 24종류에 달하고 있다. 킹스버그(Sprout advisor)와 같은 일부 여성 인사나 전미여성기구(NOW)는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성적인 쾌락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환영을 표했다. 

10년 전 남성용 비아그라의 등장은 부부관계 개선에 기여했고, 남성들의 자신감을 높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이 성관계를 요구하게 된 남성과 그것이 어려워진 여성 간의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플리반세린의 승인이 늦어진 이유는 효과가 아직은 약하다는 것과 복용 이후에 구토, 어지럼증, 졸음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여성들은 알약의 도움으로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FDA 자문단은 HSDD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위험성을 명시하고 지속적인 개선, 연구를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을 권고한 것이다.

비아그라와 플리반세린은 모두 성기능을 회복시키는 약품이다. 그러나 그 작동 방법은 다르다. 남성용 비아그라는 성기에 혈류를 흐르게 하여 발기를 돕는 것이고, 플리반세린은 여성 뇌의 화학물질을 자극해서 도파민 등 호르몬이 나오게 하여 성욕을 증진시킨다.

플리반세린이 여성들을 위한 약품인가에 대한 입장은 여성주의 안에서 논쟁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여성건강네트워크(NWHN)는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판매 허용 권고가 여성들 편을 들어준 것인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성의 성욕 저하는 남성 중심의 과도 경쟁 사회 속에서의 스트레스, 파트너와의 대화 부족, 남성적인 욕망에 기반을 둔 섹스 문화에서 온 결과라고 주장한다. 핑크 알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여성들의 섹슈얼리티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미국 뉴저지주지사)는 여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아그라가 만들어졌고, 핑크 비아그라를 통해 여성들이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더 많은 레즈비언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성적인 활동을 남성 주도적이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성욕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논쟁을 대중적인 단계에 재점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여성들의 성욕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변화 움직임이기도 하다. 20세기 초반 마거릿 생어는 피임 방법을 알려주는 전단지를 돌리다 음란죄로 구속됐었다. 여성 섹슈얼리티가 여성의 쾌락을 위한 것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여성 해방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었다. 핑크 비아그라에 관한 찬반의 논쟁은 여성의 욕망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적인 논쟁의 장을 열고 여성 욕망을 사회적으로 적극 지지하고 창출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여성운동의 단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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