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해 여성 벤처 글로벌 시대 열겠다… 여성 기업에 과감히 투자해야”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8일 자신이 경영하는 보안전문 기업인 테르텐에서 이뤄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벤처 글로벌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8일 자신이 경영하는 보안전문 기업인 테르텐에서 이뤄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벤처 글로벌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내 임기 안에 문 닫는 여성기업이 없도록 발로 뛰고 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있는 멀티미디어 보안전문 기업인 테르텐에서 만난 이영(46)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그래서일까. 요즘 여성벤처협회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3월 중국 IZP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산하에 글로벌사업위원회도 만들었다. 공영 홈쇼핑 공공 벤더(vendor, 협력업체)로 유망 여성 벤처기업의 홈쇼핑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 14일 9대 회장에 선출돼 취임 100일을 넘긴 그는 “불경기에 내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해외시장을 두드려야 한다”며 “여성 벤처 글로벌 시대를 열겠다. 올 한 해 우수한 여성 벤처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업 지원도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나라 창업 중 40~50대 경력단절 여성 창업이 40%가 넘는다. 경력단절 여성 창업 멘토링을 활발하게 하는 이유다. 만 40세 이하 창업가들을 엮는 미래청년위원회도 만들었다. 지방 교류도 큰 관심사다. 이사회든 회원 워크숍이든 계속 지방에서 여는 것도 여성 벤처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모토로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 벤처기업은 날개를 달 수 있을까. 그는 “요즘 분위기가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지향하는 창조경제는 대기업 위주로는 이룰 수 없는 국정과제다. 소프트웨어, 디자인, 지식 서비스, 컨설팅 분야에서 강세인 여성 기업들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2007년 501개였던 여성 벤처기업은 지난해 2393개로 7년 만에 약 5배 증가했다. 전체 벤처기업 중 여성 벤처기업은 8%이며 평균 매출액은 약 32억원으로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여성 벤처 1000억 클럽’ 가입 기업도 속속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올 한 해만 여성 벤처기업 6곳이 상장에 나선다. 지난 2월 코스닥에 상장한 포시에스를 시작으로 한국맥널티 등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유일한 자원이 사람인데 그동안 쓰지 않은 자원은 여성뿐이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에 돌입하려면 전자, 제조, 통신만으로는 안 됩니다. 하드웨어 중심의 ‘패스트 팔로’(fast follow·빠른 추격자)로 고속 성장하는 시대에서 창의력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열렸어요. 여성 벤처기업은 매출이 적어도 알찬 기업이 많아요. 당기순이익이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선수들은 많은데 그라운드 곳곳에 허들이 있어요. 제대로 뛰어보지도 않았는데 좌절하는 형국이죠.”

여성 창업은 자금난으로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데스밸리는 창업한 지 3~7년쯤 자금 조달, 시장 진입 등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말한다. 착시현상이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사업하긴 녹록지 않다. 비즈니스는 휴먼 네트워크, 팀플레이인데 남성 기업인들보다 성적표가 안 좋은 이유가 CEO의 역량 탓일까. 그는 “여성 기업의 성장을 막는 지뢰밭이 곳곳에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역시 15년간 보안업체를 경영하며 별별 일을 다 겪었다. 그는 “벤처캐피털 회장과 직원들을 만날 때 여성 심사역이 몇 명이냐고 되물은 적이 있다.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대출 시 여성 기업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무형 자산을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쉽지가 않다. CEO를 보고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평판 조회 시 여성은 아무 이야기도 안 나온다. 모르기 때문이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정부가 여성 전용 펀드를 만들었는데 실제 투자는 미온적”이라며 “과감한 펀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정부가 여성 전용 펀드를 만들었는데 실제 투자는 미온적”이라며 “과감한 펀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는 “정부가 여성 전용 펀드를 만들었는데 실제 투자는 미온적”이라며 “과감한 펀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벤처기업의 경우 10년간 연간 평균 투자 총액이 762억원인데 지난 2년간의 평균 투자총액이 690억원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얼마전 여성 전용 펀드 운용사에 몇 군데 투자를 했느냐고 물으니 기업 두세 곳뿐이었어요. 여성 기업에 투자하면서 리스크 얘기를 하는데 당장 수익이 나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벤처정책법이 있지만 여성 경제인구를 키우기 위한 정책이나 법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모든 공공기관은 연간 구매액의 5%를 여성 기업을 통해 구매해야 하는데 지난해 여성 기업 개념을 놓고 여성 직원 수가 많은 기업이 여성 기업이란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여성 기업은 여성 CEO가 경영을 맡은 곳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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