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 개발·발굴
잘하는 분야·미래 트렌드 파악해야
건축여행기획자·웹툰번역가 등 주목

 

‘메시지필름제작자’인 이성아, 김동화 아름드리나무 대표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을 더욱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유언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메시지필름제작자’인 이성아, 김동화 아름드리나무 대표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을 더욱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유언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기존 직업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와 활동으로 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창직’(創職·Job creation)이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직업인 커피바리스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3D프린팅 전문가, 웹툰작가 등이 모두 창직 활동의 결과물이다.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장은 “창직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도 일자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 모두에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직은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창업과는 다르다. 창업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난 이후 이익을 실현하는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창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경험을 쌓아 창업을 한다면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창직 사례로 ‘음악캠프 컨설턴트’를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직업을 발굴한 주인공은 국내 1호 음악캠프 컨설턴트 전한선(26)씨다. 그는 전공과 적성, 흥미를 창직 아이디어로 살려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음악캠프 컨설턴트는 청소년들이 합창, 연주, 작곡, 감상 등 다양한 음악 체험을 통해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도록 이끌고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일을 한다.

전씨는 “대학 때 발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방학 때마다 빈곤층 학생들을 위한 창의력 캠프를 열었는데, 며칠간의 짧은 캠프 일정에도 큰 변화를 보이는 학생들을 보면서 캠프의 매력에 빠졌다”며 “자연스럽게 내 전공인 음악을 캠프에 접목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캠프컨설턴트’ 전한선씨가 스태프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음악캠프컨설턴트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음악체험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음악캠프컨설턴트’ 전한선씨가 스태프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음악캠프컨설턴트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음악체험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창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창직 지침서 『2015 우리들의 직업 만들기』는 창직 개념부터 창직 성공 사례, 참고할 만한 외국 직업 등을 소개한다. 책은 창직에 앞서 6가지 조건을 체크해볼 것을 권한다.

우선 참신해야 한다. 지식, 스킬, 능력, 작업 활동 등이 기존 직업과 다르며 기존 분류 체계에 반영되지 않은 직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직업 간의 융·복합, 기존 직업에서 분화 등으로 새롭게 생겨난 직업도 해당된다. 경쟁력과 시장성이 있어야 하며 실현 가능해야 한다. 또 전문성이 있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진입 장벽이 낮아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흥미를 느끼는 분야인지 파악해야 하고, 직업 세계의 트렌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창직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을 때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활발하거나 아직 새로운 직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건축여행기획자’는 지난 2009년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에서 처음 등장한 여행·건축 분야의 새로운 직업이다. 건축물이나 유적 등을 비교·체험할 수 있도록 건축여행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여행 일정표, 안내서 작성과 여행객과 일정을 조율해 직접 여행 안내도 한다.

최근 한국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웹툰 번역가’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웹툰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로, 만화 컷과 말풍선 등 제약된 공간 안에 글자수를 맞춰서 번역을 해야 하고, 원작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면서 현지인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특화된 번역 분야다.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하여 여행지의 선택 과정부터 귀가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여행 코디네이터’, 시니어 계층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건강, 재무, 각종 활동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서비스나 지원제도 등을 연계하는 ‘시니어전화 안부상담사’, 친환경 식단을 이용하려는 소비자에게 친환경 농산물 목록과 함께 적절한 조리 방법, 식단표 등을 제공하는 ‘농산물꾸러미 식단플래너’ 등도 주목할 만하다.

혼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청년취업아카데미’(www.myjobacademy.kr), ‘청년창직인턴제’(www.work.go.kr/intern),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youthhub.kr), 함께일하는재단(www.hamkke.org) 등에서 이론과 실무를 배울 수 있다.

 

‘창직 6계명’

자료: 『2015 우리들의 직업 만들기』

1. 튀어야 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발상의 전환으로 다른 사람이 못 본 틈새시장을 찾아내자. 이미 독특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 직업의 세계를 이해하라

이미 있는 직업들을 합치거나 세분화하면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다. 음악과 치료가 만나 음악치료사가 탄생했고, 애견 옷 디자이너는 패션디자이너에서 특화된 직업이다. 새 직업 중에는 해외 직업의 영향을 받은 것도 많다.

3.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라

잘할 수 있는 일, 학창 시절부터 줄곧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자.

4. 시대보다 반박자만 앞서가라

시장 동향이나 미래 트렌드를 분석해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분야를 포착한다. 남보다 앞서 가야 하지만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가도 안 된다. 시대보다 10년을 앞서면 시장성을 찾기 어렵다. 5년 정도 앞서 가라.

5. 도움을 구하라

시간을 아끼고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하자.

6. 실패를 활용하라

하나의 직업이 탄생하려면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원하는 결과물이 안 나와도 좌절하면 안 된다. 꾸준히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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