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장악한 남자 셰프… 여자 요리사들 어디로?
TV 장악한 남자 셰프… 여자 요리사들 어디로?
  • 강유정 / 영화평론가
  • 승인 2015.06.03 15:31
  • 수정 2015-06-0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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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직업 세계로, 요리쇼로 부상하면서 여성들 설 자리 잃어
세끼 식사 짓는 요리는 “요리 아니다” 편견 내포

 

요리가 쇼로 바뀌면서 여성 요리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남성 셰프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요리가 쇼로 바뀌면서 여성 요리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남성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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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말 중에 ‘김 여사’라는 표현이 있다. 남성 운전자들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차창을 내리며 이런 식으로 비난을 한다.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하라고!”

욕을 섞지 않으면 그나마 점잖은 셈이다. 그래서 어떤 여성 운전자는 차 후면 유리창에 “밥 짓고 나왔어요”라고 애교 섞인 말을 붙여 두기도 한다. 말하자면 운전은 남성의 영역, 요리는 여성의 영역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도로 위에서도 통용된 셈이다. 하지만 이 암묵적 합의도 요즘엔 통하지 않는 듯 싶다. 소위 요리사가 아닌 셰프들이 대중매체에 등장하면서부터 요리의 영역이 점차 남성의 전문적 일터인 것처럼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에서 선보인 초기 요리 프로그램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에듀테인먼트 요소가 강했다. 마사 스튜어트로 대표되는 교육 요리 프로그램은 매일매일 세끼의 식단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큰 지침이 됐다. 국내 요리 프로그램의 유명인사들도 이렇게 탄생한 경우가 많다. 이종임, 빅마마가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전문가라기보다는 요리 잘하는 엄마, 아내로서 다른 엄마나 아내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주로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도 주부들이 주 시청자층인 아침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요리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넓어졌다. 일견 여성적 취향이 보편화됐다고 보여지지만 여기엔 오히려 여성에 대한 배제가 전제로 깔려 있다. ‘오늘 뭐 먹지’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요리 프로그램들이 바로 그 예인데, 이들 프로그램엔 모두 남성들이 출연한다. 처음엔 요리가 서툰 남성들의 좌충우돌이 서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말하자면, ‘오늘 뭐 먹지’의 신동엽이나 ‘삼시세끼’의 이서진의 서툰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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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오늘 뭐 먹지’에서 요리사만큼이나 전문적인 솜씨를 자랑하는 성시경의 비중이 높아지고, ‘삼시세끼’ 역시 웬만한 주부보다 훨씬 더 요리를 잘하는 차승원이 주목을 받았다. ‘차줌마’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지만 사실 그의 요리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화덕에 빵과 피자를 구울 정도라니, 이는 여성들이 대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좀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명 셰프들이 출연하는 방송이 대폭 늘어났다. 요리사는 셰프라는 외국어로 다르게 불리면서, 요리의 영역이 무척이나 전문적인 직업의 세계이자 장인의 영역으로 비춰졌다. 문제는 이렇게 전문 영역으로서의 요리에 여성이 설 자리는 아예 없다는 사실이다. 마치 금녀의 구역이라도 된 듯 전문 요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은 맛을 보는 사람 정도로 제한되고 만다.

이는 가사일 중 하나인 세끼 식사를 짓는 요리는 “요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대개 셰프들은 우리가 주로 먹는 한식이 아니라 매식으로 소비하는 중식이나 일식, 이탈리아 음식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직업으로 선택하는 요리는 곧 소비되는 요리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요리사의 세계에는 여성이 설 자리가 무척 좁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의 요리는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는 곳에서만 요리로 통용되는 셈이다.

분명 훌륭한 여성 요리사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 요리사의 요리를 쇼로 구경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집밥과 쇼 음식을 구분해 우리는 더욱 철저히 여성의 가사일을 소외시키고,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마추어는 여성, 프로는 남성이라는 식의 이분법 역시 이 과정에서 더 굳어진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미지들 속에 무서운 이분법과 편견이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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