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을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여성신문DB
경기 의정부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을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여성신문DB

매달 20일은 공무원들의 월급이 나오는 날이다. 그런데 그 반가운 날을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담당 직원들은 두려움으로 맞는다. 수급자의 급여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준을 초과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억지와 행패를 부리는 이들이 있다.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험악한 욕설부터 쏟아내고, 직접 찾아와서 아무 일도 못하게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몇 달 전 서울의 어느 구청에서는 수급자가 뜨거운 찻잔을 던지는 바람에 여직원이 얼굴에 화상을 입은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만성적인 감정 부조화와 소진 상태에 빠지기 일쑤다. 공무원만이 아니라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복지 수혜자들은 왜 그렇게 거칠어지는가.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전환되는 것과 함께 사회 전반의 유대와 결속이 급격하게 해체됐다. 그런 가운데 부의 양극화가 심화됐고, 극심한 패배의식이 만연했다.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은 담당 실무자들에 대한 ‘갑질’로 표출된다. 실무자들은 자신을 늘 떠받들어주는 유일한 타인일 가능성이 많고, 가장 쉬워 보이는 상대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겪는다거나 덜 존중받는다고 여겨지는 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 화살은 고스란히 실무자들로 향하기 마련이다.

실무자들이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참고할 만하다. 악질 고객을 계속 상대하다 보면 심신이 황폐해지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한 일부 기업에서는 상황별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직원의 건강과 자존감이 직무의 태도와 효율로 이어진다고 볼 때 당연한 조치다. 사회복지의 경우에도 실무자들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 어떤 원칙이 관철되는 시스템이 정립돼야 막무가내 수혜자들이 막말과 폭력을 삼가게 된다.

다른 한편, 수혜자들의 자존감이 자라나야 한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계기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자활 담당 공무원이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줬다. 노숙인들로 하여금 발달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하면서 생활비를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함께 지내는 장애인들은 노숙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평생 처음으로 귀한 존재로 대접을 받게 된 노숙인들은 심성이 온화해졌다고 한다. 무능한 약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도모하고 더불어 더 나은 삶을 빚어가는 능동적 주체로 나설 때 마음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진다. 사회복지는 그러한 사회적 자존감을 북돋워 주는 운동과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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