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유언이 무슨 의미인지 친노 스스로 되새겨야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은 선, 상대방은 악이라는
폐쇄적·배타적 사고는 결코 노무현 정신 아냐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뉴시스·여성신문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뉴시스·여성신문

봉하마을에서 거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큰 수모를 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추도사에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종북몰이 해대다가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 풍모를 뵙는 것 같습니다”라면서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건호씨의 이런 작심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고인 자제께서 묻으려야 묻어지지 않는 통한과 통곡의 추도사를 했고,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 통합을 위해)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신 마음으로 국민 통합을 염원하는 눈빛이었다”며 “쉽지 않고, 아프지만 내 심장을 도려내는 그 아픔을 참지 않으면 국민이 통합자격증을 주지 않을 것이기에 참고 또 참아 국민 통합의 염원이 이뤄지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심도 발언 내용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발언에 대해 48.7%는 ‘부적절하다’고 했고, ‘적절했다’는 응답은 31.1%였다. 김무성 대표는 봉변을 당한 후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건호씨를 비판하는 대신 노 전 대통령을 칭찬하는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구미시에서 열린 ‘국회 지방 살리기 포럼’에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위해 굉장히 노력한 사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큰 공”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가 노 전 대통령을 과거에 비판을 많이 했지만, 역사라는 것은 공과 과를 구분해서 과는 그만 따지고 공을 높이 평가해 국민 통합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김 대표가 ‘통 큰 정치인’의 면모를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은 무엇인가?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대통령. 정치 개혁을 위해 당-청 분리를 외치며 집권당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지 않았던 대통령. 분권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혁신도시를 만든 대통령. 탈권위주의와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앞장섰던 대통령. 자주국방을 외치며 최초로 전시작전권 전환을 주장했던 대통령.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대통령이다.

이 모든 것들이 노 전 대통령의 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보 노무현! 그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붙여주었던 별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보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 가까운 이익에 비추어 보면 손해로 답이 나오는 것도 멀리 비추어 보면 이익이 된다. 손해냐 이익이냐 하는데 너무 눈앞의 이해관계로 판단하니까 자꾸만 이기적인 행동만 나오고 영악한 행동만 나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는 노무현의 바보정신이 무엇인지 깊이 음미해 봐야 한다. ‘바보 노무현’이 꿈꿨던 ‘국민통합’을 과연 문 대표와 친노가 실천하고 있는지도 자성해야 한다. 혹시 노무현이란 이름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뼛속 깊이 성찰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이 유언이 무슨 의미인지 친노 스스로 되새겨야 한다. 말로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하지 말고 노무현 정신을 바르게 계승해야 한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대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는 폐쇄적·배타적 사고는 결코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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