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과일 판매자·장 소믈리에 도전해보세요

“기존 일자리를 찾는 것은 ‘레드오션’ 속 경쟁이에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블루오션’이죠. 새로운 길에서 금만 그으면 자기 땅이 되는 거예요. 딱 하나만 파세요. 1년만 연구하면 여러분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여성의 섬세함과 끈기로 안 되는 일은 없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 26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 모인 200여 명의 여성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이날은 서울시장이 아닌 ‘소셜 디자이너’로서 경력단절 여성과 새로운 일을 찾는 이들 앞에 섰다. 소셜 디자이너는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직접 만든 직업으로 ‘더 나은 사회를 디자인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당시 그는직업 박람회 ‘천 개의 직업’과 책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으로 청춘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가 이번에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을 향해 “만나고, 대화하고, 발품을 팔라”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이 추천한 여성 유망 일자리는 윤리적 소비, 수공예, 도시농업, 1인가구 등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세상에 없거나, 이제 태어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는 리사이클을 넘어 버리는 옷이나 가구 등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이런 제품은 대량생산품과는 달리 세상에 딱 하나뿐인 상품이다.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태동한 분야로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 채수경 리블랭크 대표 등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박 시장은 핸드메이드 제품, 즉 수공예 제품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분야라고 했다. 그는 “영국 대영박물관이나 미국의 박물관 등에 가보면 박물관 기념품 숍 제품의 30%는 일본산이다. 우리나라 제품은 열쇠고리나 부채 정도”라며 “이탈리아 볼로냐 같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도시는 협동조합, 수공예 등이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부지를 매입해 전통공예 박물관을 만들 예정이다.

그는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우리나라 전통과 연결해볼 것을 권했다. 실제 일본에는 채소와 과일을 선별하고 요리법을 가르치는 채소소믈리에가 3만 명이나 있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장소믈리에’도 직업으로 가능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분야인 도시농업으로도 새 일자리를 개척할 수 있다. 도시에서 양봉을 해 꿀을 따고 꿀 판매뿐만 아니라 꿀을 이용한 음식, 화장품 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흔히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못생긴 과일만을 판매하는 ‘못생긴 과일 판매자’도 제안했다.

이날 경력단절을 딛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여성들도 함께 자리해 도전을 망설이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힘을 보탰다.

장민경 소셜메이트 솜(SOM) 대표는 “불편함에서부터 일이 시작되는 것 같다. 불편함을 주목해보자”고 했고, 신민정 공정여행 신나는 동행 이사장은 “도전을 했다가도 일이 힘들면 핑계를 대고 돌아가기도 하는데, 끝까지 가면 언젠가는 전문가가 돼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험을 해보시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김현미 독산누리 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도 하다 보니 습관이 되는 것 같다. 혼자 하면 제풀에 꺾이는데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대화를 나누고, 상상하다 보면 몇 년 후에는 이루어지더라. 혼자보다는 함께 모여서 상상해보라”고 권했다.

박 시장은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세상을 바꾸는 여성일자리 순회 강연&토크쇼’에 참석해 여성일자리 유망 직종을 설명한다. 두 번째 행사는 7월 2일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9월 중에는 노원문화예술회관, 10월에는 건국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이 추천하는 여성 유망 일자리>

· ‘장소믈리에’ 된장, 고추장 등 한국의 전통 장 문화와 조리법을 알리고 컨설팅한다.

·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 ‘세컨드 하우스 헌터’ 교외나 시골의 빈집을 콘도, 박물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한다.

· ‘농촌일손뱅크 운영자’ 농촌의 일손 수요 농가와 공급 가능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 ‘산촌 유학 운영자’ 최근 도시를 떠나 일시적으로 산촌으로 유학을 하는 산촌유학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 ‘못난이 과일 판매자’ 작고 볼품없지만 맛있는 못난이 과일만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 ‘오피스 컨설턴트’ 근로자에 맞춰 사무실 책상과 의자, 조도 등을 제안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