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가 살려면 2보 전진 위해 1보 후퇴해야
비선정치 청산… 인기영합형 정치도 해선 안 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대의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4·29 재·보선 전패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호남 신당론’이 대두되고 있고, 당내에서는 ‘문재인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지금은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며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국민과 당원 앞에 그 의사를 밝히는 게 건강한 당으로 다시 일어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 대표는 “당을 더 개혁하고 통합하고 단합시켜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아서 잘하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면서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안이한 위기 대응 방식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급기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 발언과 이에 맞서는 주승용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라는 막장 드라마가 연출됐다. 비노 진영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여당발 초대형 악재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전패한 것은 친노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정말 문 대표가 취임 이후 줄곧 친노 패권주의를 향한 행보를 해서 이번 재·보선에서 졌을까? 그렇다면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당시 친노 패권주의가 사라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왜 새정치연합은 4 대 11의 참패를 당했을까? ‘김·안 패권주의’가 작동해서인가?

분명 친노 패권주의는 실체가 없는 허구다. 그런데 문제는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이 호남지역과 비노에게는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논쟁에서 벗어나 향후 의미 있는 대권 행보를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힘들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라는 뜻이다. 재·보선 패배 직후 문 대표는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족을 달았다. “그냥 그만두고 나면 또다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표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정도가 아니라 꼼수다. 정치에서는 버릴 때 버려야 빛이 발하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현 상황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문 대표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안 지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면 반드시 호남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다.

대표직 사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 대표가 비선정치를 과감히 청산하는 것이다. 세간에는 문 대표가 이른바 ‘3철’(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로 통하는 비선 조직에 둘러싸여 간혹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린다고 비판한다.

가령 여론조사를 통한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 결정 제안, 국회의원 정수 400명 증대 방안 제시, 재·보선 패배 직후 광주 방문 등과 같은 발언과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불명확하다. 오죽하면 정세균 등 당의 4선 이상 중진 의원 모임에서도 “당 지도부는 의사 결정을 공식 기구를 통해 공개적으로 하라”는 주문까지 했겠는가.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난맥을 비판할 때 늘 문고리 3인방에 의한 비선정치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문 대표는 욕하면서 배우는 것인가? 문 대표가 진정 “친노 수장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비선들을 과감하게 내쳐야 한다. 3철의 ‘ㅊ’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셋째, 자신의 대권을 위한 인기영합적 행보보다는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보듯이 야당은 느닷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방안을 들고 나와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 아무리 최초의 사회 대타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도 본래 의도했던 재정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문 대표가 구름 위에서 내려와 두 발로 땅을 밟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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