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다룬 동화책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국내 첫 출간
“세상의 수많은 꽁치들 위해 동화책 시리즈 꾸준히 펴낼 것”
한국 최초로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그림동화책이 6월께 출간된다.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리젬)는 프로젝트 집단 ‘이채(이야기 채집단)’의 첫 작품이다.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이야기를 모아 책을 펴내는 프로젝트로, 3년 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만난 명(28), 엄(25), 숑(28)씨가 의기투합했다. 그림 작가 ‘간올’(26)과 함께 책을 제작하며, 온라인 후원 등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 ‘꽁치 그림동화책 시리즈’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
“평소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책을 찾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주변의 성소수자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기를 바란다. 성소수자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평범한 친구다.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중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 제작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펀딩을 시작하고 나흘 만에 400여 만원을 모았다.
“감사하다. ‘성소수자 그림동화책’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는 것 같다. 성소수자인 책 속 주인공 ‘꽁치’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는 고마운 마음들이 모인 결과다. 자신이 꽁치라고 생각하는 이들, 꽁치 같은 가족이나 친구를 둔 이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응원이 모여서 언젠가 꽁치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이들에게도 꽁치가 성큼 다가가 있기를 바란다.”
- 아이들에게 성소수자 문제를 가르치는 일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여전하다.
“오늘날 한국 아이들에게 주어진 교과서 텍스트의 내용은 너무나 한정적이다. 한국 교과서에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무성애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세상이 비-성소수자로만 이뤄져 있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성소수자의 다양한 이미지를 접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음미할 권리가 있다.”
- 두 번째 책은 어떤 책인가.
“역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동화책이 될 예정이다. 다음 책에서 꽁치는 회사 선배에게 한눈에 반한 사회 초년생 레즈비언일 수도 있고, 긴 세월을 함께한 동성 파트너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시기,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꽁치가 성소수자로서 겪는 여러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최대 5편의 시리즈로 제작하는 게 목표다. 꽁치 프로젝트 이후에는 또 다른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