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대학생, 마라톤 동호인, 가족·직장 단위 참가자... 올해 15회를 맞은 ‘2015 여성마라톤대회’를 빛낸 이색 참가자들이다.
휠체어 탄 아들과 함께 ‘희망의 달리기’
김시윤(8)군에게 이번 여성마라톤대회는 특별한 도전이다. 뇌성마비로 태어나 두 다리가 불편한 김 군은 이날 휠체어에 탄 채 10km 코스 출발선에 섰다. 달리기는 “단순한 재활 치료라기보다 삶의 활력소이자 기쁨”이라는 아버지 김기범(40)씨의 노력과 헌신이 컸다. 이들 부자는 마라톤, 철인3종 경기 동호회 ‘오픈케어’를 통해 이날 대회에 참가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가 달리기의 즐거움, 심장이 쿵쾅거리는 흥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김씨의 말에 김군도 힘차게 외쳤다. “그래도 1등할 거예요. 파이팅!”
“힘든 마라톤? 즐거운 봄날의 데이트”
홍아란(24·가톨릭대 문화콘텐츠학과 4)씨와 김윤주(25·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4)씨는 3km 완주 메달을 자랑스레 들어올렸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녀도 평소 졸업, 취업 준비에 바빠 잘 만나지 못했는데 간만에 여자들끼리 ‘걷기 데이트’를 즐겼다.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마라톤 대회라 혼잡할 줄 알았는데, 참가자들의 질서 있고 예의 바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며 웃었다. 이들은 “다음에는 10km 코스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마라톤의 즐거움, 연극에도 불어넣을 것”
연출가 서미영씨 등 연출집단 여고(女Go) 소속 연출가·배우 33명은 이날 여성마라톤대회 3km 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은 “첫 마라톤 도전을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온 멤버도 있다. 저희 모두 튼튼해서 가뿐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순조로운 달리기를 마친 이들은 곧바로 새 연극 준비에 돌입한다. 오는 9월쯤 대학로 무대에 오를 ‘제10회 여성연출가전’은 ‘과거를 보고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우리도 함께’ 반려견 동반 참가자들
이날 대회에는 반려견을 동반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양수아(30)씨는 직장인 동화세상에듀코를 통해 첫 마라톤에 도전했다. “가족 같은 녀석들과 운동도 하면서 즐기러 왔다”는 양 씨는 반려견 ‘모모’ ‘포포’(푸들)와 함께 3km 코스를 완주했다.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소속 박경학(35)씨도 반려견 ‘뭉이’(스피츠)와 함께 대회장에 나타났다. “반려견과 뛰는 마라톤은 처음인데 저도 뭉이도 즐겁다”는 박씨는 내년 마라톤 참가 의욕도 내비쳤다.
유미형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여성위원회 기획부장은 “올해 서울 15개 노조에서 200여 명이 참가했다”며 “반려견, 아이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여성마라톤이 좋다”고 말했다.
유모차·포대기… 아이와 함께한 참가자들
김인정(35)씨는 네 살배기 딸 이윤지양, 친정 식구들과 함께 이날 3km 코스를 완주했다. 지난해에도 아이와 함께 여성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는 김씨는 “가족과 함께 어울리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좋은 행사”라며 “아이가 활기찬 대회 분위기를 좋아하더라. 대회가 매년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가족의 권유로 마라톤대회에 처음 나왔다는 정연종(40)씨도 7개월 된 아들 준상군을 업고 3km를 완주했다. 정씨는 “아이가 최근 아토피, 감기 등으로 아팠는데 앞으로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왔다”며 “마라톤 참가자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