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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성적 공약’ 이행이 문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역대 국회의원 총선 중에서 이번 16대

총선 만큼 각 정당이 지역구와 전국구 여성 공천 비율에 신경을 쓴 흔

적을 보인 적은 없었다.

정치권은 정치참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인식하게 된 듯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득표로 연결되어야만 여성의

세력화를 입증할 수 있다.

각 당에서 여성을 위한 정책 특성과 실천 가능성을 짚어보며, 여성공

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투표를 통해 총선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주부 등 대상별 여성정책 돋보여

각 당 모두 여성정책에 대해 각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여성의 관점이

고려된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실천된다면 세계 어느 국가 부럽

지 않은 남녀평등을 향한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는 낭만적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려면 여

성 유권자들이 힘을 모아 주어야 할 것이다.

각 당 여성정책 공약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은 여성정책 방향, 목표

및 형성, 여성정책 집행과정, 여성정책 성과와 영향력이 얼마나 남녀평

등원칙에 입각하여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정책집행의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이다.

일단 각 당 모두가 변화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에 대한 문제

점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체계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공직 및 의사결정직에의 참여확대, 고용증진, 정보화, 모성보

호확대 및 복지정책, 여성 인권, 교육, 여성농업인 육성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개별 분야로 가족의 중요성, 대중매체, 여성영역 확

대를 제시하였다.

이밖에 한나라당에서는 여성정책을 주부, 노동자, 청년층, 공무원, 교

원, 실업자, 농어민, 장애인, 경제인을 위한 정책 등 대상별로 분류하고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각 당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이 여성 문제를 정

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정책의 이행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따져보고 제시하였는가는 별개의 문

제이다. 그러므로 정책의 참신성 및 이행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세 당 모두 공약 항목으로 먼저 여성의 공직 및 의사결정직에의 참여

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여성부 신설 혹은

국가기구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대통령직속 여

성특별위원회의 위상을 실제적으로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둘째, 세 당 모두 여성의 고용확대 및 고용불안정 제거를 위한 사회보

장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고학력 여성의 취업기회 확대와 고용불

안정, 여성의 고용조건 및 근로환경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정책의 주요한 관심 분야는 여성고용 확대이다. 그러나 한국의

여건상 공약 이행이 매우 힘든 부분이 많다. 특히 고학력 여성의 취업

기회 확대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여성의 취업을 억제하는 구체적인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의 제시가 절실하다.

고학력 여성 취업확대 관심사

셋째,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성보호 확대 및 복지를 위한 공약으로

서 산전산후 휴가 12주 확대, 산전산후 휴가비용의 사회보험분담을 제

기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정부의 협력 없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 따

라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각 당 모두 아동의 성매매 근절을 위한

단속 및 사회복귀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였고, 민주당에서는 성

폭력 친고죄 폐지 및 사이버 성폭력 방지를, 한나라당에서는 가족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위해 종래 호적제를 1인 1적의 개인별 편제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였다.

10대 청소년 매매춘 근절은 최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 하는 각 당의 의지를 적절히 표현해 주고 있으며, 정부가 이 문제

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서 민주당에서는 성폭력에서 친고죄를 폐지하

겠다는 공약을 하였다. 지금까지 친고죄 폐지에 대해서는 인권 침해냐

아니면 인권 유린이냐의 입장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일단 성폭력을 범죄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점은 여성주

의적 관점이 반영된 정책이라 볼 수 있겠다.

한나라당은 호적제에서 1인1적의 개인별 편제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여성과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가부장적

부계제를 양성평등의 가족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이다. 물론 이 공

약이 이행되기에는 유림의 반대 등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가부장적

호주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호주제가 변화할 가

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여성주의적 관점이 반영된 정책이라 하

겠다.

다섯째, 여성의 교육에 있어서 민주당, 한나라당에서는 양성평등 교육

과정 확립, 교육행정직과 전문직에 여성비율 확대를, 그리고 민주당에

서는 학교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섯째, 각 당 모두 여성 농업인의 복지증진에 관심을 가졌다. 민주당

과 자민련은 농가 도우미 확대 실시에 관심을 가졌으며, 자민련은 특

히 여성 농업인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프로

그램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호주제 변화 가능성 제시

각 당 정책마다 특징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

였다. 즉, 가정의 중요성 재인식 프로그램 개발, 명절 및 관혼상제에

남녀평등 참여 독려, 다양한 가족을 위한 가족복지서비스 확대, 저소득

모자가정 및 부자가정 지원기준 동일화 및 민간부문 가족간호휴직제

도입 정책은 가족의 중요성과 여성주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중매체의 성차별 문화개선, 여성의 미디어 및 문화활동

적극지원, 구제 분야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통일대비 여성정

책 적극 추진, 환경문제 해결에 여성참여 유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자

민련에서는 가족의 중요성에서 가족간호휴직제를, 여성의 영역 확대에

서는 여군인력 확대, 공익근무요원을 여성으로 대체 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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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순/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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