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입양한 후 둘째, 셋째 입양하는 재입양 가정 10∼20%선
두려움 사라지고 만족감 커져 재입양… 입양전문기관들 “꾸준히 느는 추세”
첫아이를 입양한 후 다시 둘째·셋째 아이를 입양하는 재입양 가정이 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는 8일 “재입양 가정 비율은 매년 10∼20% 수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며 “부부가 첫아이를 입양하면 초산 때처럼 두려움을 갖는데 실제 양육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사라진다. 또 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편안한 가정을 안겨줬다는 만족감도 생겨 재입양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 잘 드러난다. 홀트아동복지회의 경우 2013년 한 해 동안 국내에 입양된 213가정 가운데 21가정(11.4%)이 재입양한 경우다. 둘째 아이를 입양한 가정이 18가정, 셋째 아이를 입양한 가정이 3가정이다.
올해 입양의날 대통령 표창 받는
공개입양 가정 이설아, 김순임씨
“세상의 어떤 생명도 실수로, 우연히, 어쩔 수 없이 태어나진 않아. 너는 이름 없는 무수한 생명 중 하나가 아니라 처음부터 너로 꽃피기 위해 태어난 귀한 존재란다.”
세 아이를 입양한 이설아(41)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는 아이들이 “나를 낳은 엄마가 왜 나를 포기했을까요”라고 물어오면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실수로 태어난 아이, 쓸모없고 버림받아도 되는 인간이라고 오해할까봐서다.
1남3녀 중 셋째 딸인 그는 청소년기에 가정 해체 위기를 겪으며 상실감을 안고 자랐다. 그는 “불임은 아니지만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크지는 않았다”며 “남편(김홍래·41·광학연구원)과 상의해 3남매를 공개 입양한 것은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후 한 달 된 아들 주하를 입양해 키우다 2년 후 연장아(신생아가 아닌 연령이 있는 아이) 입양을 신청해 다섯 살 여자아이 미루를 만났다. 중앙입양원에서 일하던 중 2013년 생후 13개월 된 완이를 세 번째 입양했다. “남자아이들이 입양이 잘 안 돼요. 남자아이 입양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 입양 부모들을 상담하고 매칭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하다 완이를 만났어요. 산후조리원에서 생모와 함께 찍은 사진 10여 컷이 서류에 붙어 있었어요. 생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 했는데 이루지 못한 거죠. 완이가 생모를 보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이 대표는 “내가 입양하면 생모도 가족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완이는 요즘 엄마와 일 년에 두 차례씩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혼한 부모가 아이를 위해 주기적인 만남을 갖듯 입양아가 생모를 만나는 개방 입양을 하면 아이의 상실감은 줄어들고 인생이 더 풍성해진다. 그는 “생모와 연락하는 개방 입양이 더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 드물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군에 사는 김순임(45)씨는 남편 최영두(50·카센터 운영)씨와 사이에 6남매를 두고 있다. 이중 넷이 입양아다. 김씨가 출산한 1남1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집안 살림이 자리잡자 신혼 때 남편과 약속한 입양을 실천했다. 2005년 셋째 자녀로 생후 한 달 된 하원이가 김씨의 품에 안겼다. 2008년 생후 한 달 된 신원이, 2012년 생후 5일 된 여원이를 연달아 입양했다.
2013년 입양한 소원이는 18세 미혼모가 7개월 만에 조산한 1.07㎏의 초미숙아였다. 정기적인 발달 평가가 필요하고 신장에 구멍이 뚫려 있는 동맥관 개존증 증세로 국내 입양이 어려워서 이미 시설 보호가 결정된 상태였다. 올해 세 살인 소원이는 이제 말도 잘하고 걷기도, 뛰기도 잘한다. “기적 같은 일이죠.” 2012년부터 대전양부모자조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내 가슴으로 품어서 낳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설아씨와 김순임씨는 올해 입양의날(5월 11일)에 건전한 입양 문화 정착과 정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아이 셋 입양한 김미야, 김신혜씨
“보석 같은 아이들 때문에 행복해요”
부산에 사는 김미야(40)씨는 남편 장희용(38·교회 간사)씨와 사이에 4형제를 두고 있다. 첫째(상민) 출산 후 2007년 둘째(상준), 2010년 셋째(상혁), 2013년 넷째(상현)를 입양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나는 인기 많은 아이가 아니었다. 늘 조용하고 소심해서 주변엔 여자 친구들만 있었다”면서 “지금은 애인 같은 아이들과 함께 날마다 행복에 겨워 웃고 산다. 남편 하나에, 애인이 넷이나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가 된 우리 부부는 처음엔 육아의 어려움에 허덕였다. 늘 심심해하며 예민하게 보채던 큰아들은 평생 친구인 둘째를 입양한 후 심심해하지 않았고 행복해했다”며 “우리 부부도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우게 해준 보석 같은 아들들이 있기에 행복했다”며 “사랑하면 행복이 배가 된다더니 우리 가족은 사랑해서 행복이 제곱이 됐다”고 했다.
강원도 안흥고 특수실무지도사인 김신혜(60)씨는 1995년 하연이를 입양한 후 가정위탁을 통해 아이들을 돌보다 2007년 뇌병변장애를 가진 유진이를, 2012년 에스더를 연달아 입양했다. 김씨는 “뇌병변 1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유진이는 우리 집에 왔을 당시 다리 근육이 자라지 않아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했다. 지금은 5급으로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주고 싶었다”며 “결혼하면서 아이를 하나 낳고 입양도 하자는 제안을 남편(유영선·61·회사원)도 흔쾌히 응했다. 가족 중 누군가의 반대로 입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감사해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가끔 ‘진짜 엄마처럼 사랑할 자신이 없어 입양은 생각도 못한다’란 말을 듣는다. 그때마다 “나도 진짜처럼은 못한다. 누구나 실수하면서 엄마가 돼 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김씨는 “뇌종양으로 평생 살아야 했는데 사랑스러운 막내딸 덕에 나았다. 아이들 덕분에 부드럽고 강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