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 ‘세계여성발전보고서’ 출간
여성 노동시장 참여 절반…임금 남성보다 24% 적어
여성 일자리 창출, 차별 해소, 공공서비스 확충 등 권고
“양성평등 발전에 대한 환상이 존재한다. 양성평등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를 실제 데이터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유엔여성(UN Women) 총재가 최근 기자들 앞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유엔여성의 ‘2015~2016 세계여성발전보고서’ 출간 기념회 자리에서 “경제를 탈바꿈하고 양성평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대안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베이징 선언 2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발표됐다. 보고서는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직장 내 차별과 임금격차 해소, 무보수 돌봄노동 및 가사노동에 대한 재인식, 사회서비스에 대한 투자, 여성단체 지원 등 총 10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정책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여성에게 불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은 절반에 불과해 75%인 남성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직장 여성이 평생 버는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24% 적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31%, 독일은 49%로 유럽 선진국도 남녀 임금격차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터키 여성들은 남성보다 75%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와 같이 노동시장 참여와 급여라는 이중의 차별은 고스란히 연금으로 이어져 여성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직장 내 성차별도 여전하며 선진국도 고위직도 예외가 없다. 유럽연합 내 관리자급 이상 여성의 75%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데이터가 이를 입증한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성인이 되기 전에 조혼을 강요당한다. 남성보다 2.5배 많은 무보수의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떠맡고 동시에 성폭력에도 노출돼 있다. 이렇게 무보수 노동에 시달리다 연금도 받지 못한 채 가난한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것이다.
음람보응쿠카 총재는 “공공서비스가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깨끗한 물이나 위생시설, 양질의 의료와 탁아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가 없는 곳에서는 그 책임이 모두 여성들의 몫으로 돌아가며 이는 여성에게 불공정하게 부과되는 ‘돌봄 페널티’(care penalty)”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여성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일을 할 수 있고 남성과 동등한 급여를 받으며 성희롱 등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에 의해 보호받고 아이를 낳은 후에 다시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회적인 이익에 공헌하고 있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급여도 받지 못하는 돌봄노동에 대한 관심도 주장했다. 탁아시설의 확충과 같은 공공서비스 정책은 경제성장에 있어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여성들을 돌봄노동에서 해방시켜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만든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미국 내 무보수 돌봄노동의 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보고서의 책임자인 유엔여성의 로라 튀르케는 “세계 재정위기 이후 7년, 경제가 회복됐다는 믿음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성별 간 빈부간 격차가 심각하다”면서 “현재는 2차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한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더 많은 돈이 여성들에게 흘러간다면 여성들은 그 돈을 가족을 위해 사용하여 경제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이것이 ‘윈윈’(win-win)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