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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문학평론가

“남자야? 여자야?”

“제가 남잔지 여잔지 잘 모르겠어요.”

최근 개봉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주인공 소녀(?)가 형사

와 나누는 대사의 일부이다. 그녀는 물론 생물학적으로 여자다. 하지만

남자로서 사는 것이 더 당당하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근육질의 ‘터프

가이’가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들의 눈으로 보면,

계집애처럼 귀엽고 부드럽다.

한편, 여자친구의 편에서 보면 사려깊고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아

주 보기 드문 남자’이다. 말 그대로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지 않은가? ‘여성적인’ 여자,

‘남성적인’ 남자가 양극단에 있다면 대개는 이 스펙트럼의 사이에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해당되는 성적 정체성을 지니고 사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그것을 능동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데 있지만.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대학에 진입하기를 ‘자의반 타의반’으

로 포기하고 동숭동에 있는 ‘수유연구실’에서 세미나도 하고 강좌도

하면서 지내는, 소위 ‘박사 룸펜’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나같은 고학

력 실업자들이 적잖게 드나든다. 직장도 없이 종일 세미나하고 밥먹고

또 세미나하고, 가끔씩 술마시고 노래하고, 이런 식으로 일상을 공유하

다 보면 성적 정체성들이 뒤섞이는 경우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남자들은 대체로 요리 쪽에, 여자들은 설거지 쪽에 더 장기를 보이는

것은 너무나 진부한 예고, 덩치는 임꺽정인데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청순가련형’ 유부남, 바람에 날아갈 것같은 연약한 체구를 지녔으

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돌진하는 ‘박노식형’ 노처녀, 가진

것은 없으면서도 ‘몇 억’은 같잖게 여기는 ‘허장강형’ 아줌마 등

등, 정말 예측불허의 캐릭터들이 수두룩하다.

얼마 전에 연구실 식구가 된 한 후배의 경우는 특히 흥미로운데, 겉

보기에는 건장하고 점잖은 30대 중반의 남성인 그 후배는 말과 행동이

어찌나 애교스럽고 자상한지 처음 만난 사람도 마치 몇 년을 사귄 듯

이 대한다. 그래서 뭇남성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혹 동성애자가

아니냐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나의 경우는 말과 행동이

거칠기 짝이 없어 ‘반칙왕’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러니 이런

관계망에서 나는 그 애교스런 남자후배가 ‘여동생’처럼, 그 편에서

는 내가 ‘오빠’처럼 느껴지는, 성적 구획의 전복(!)이 일어나는 것이

다. ‘오빠라고 불러!’, 처음에는 조크로 했던 말이 어느 순간 강한

실감을 지니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보면, 생물학적 특징에 기초한 남성/여성의 이항체계를 각 개

인들의 성적 정체성에 그대로 대응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억압에 다름

아니다. 사실 원초적으로 규정된 ‘무엇’이 있다기보다 각 개인마다

무수한 종류의 성 정체성을 지니고 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의 성격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망에 따라, 때론 여성적으로, 때론 남

성적으로 되어가는 것일 뿐이다.

그리하여 배치가 바뀌면 언제든 또 다른 항으로 변이될 수 있는. 성

적 이분법은 바로 이 변이의 힘과 가능성을 전적으로 봉쇄해 버린다는

점에서 정말 사악하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결말 부분.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들

자 남자친구들이 주인공을 강제로 옷을 벗겨 성적 정체성(?)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강간과 폭행을 하고 마침내는 죽여 버린다.

그들로서는 여성이 남성 노릇을 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셈

인데, 그들을 그런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 것은 결국 인간은 반드시

여성이거나 남성이어야 한다는 지독한 이분법의 주술이다. 이분법에

사로잡힌 자들의 비극을 이 영화는 아니, 그 영화의 바탕인 ‘티나 브

랜든’ 실화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여자든 남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때론 여자로, 때론

남자로, 아니 좀 유식한 철학적 용어로 말하면, ‘N개의 성’(들뢰즈/

가타리)으로 살아갈 때 ‘자유의 새로운 공간’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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