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퓰리처상 여성 활약 돋보여

미국 언론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로 꼽히는 퓰리처상의 2015년 수상자 명단에 여성들이 대거 포함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 언론대학원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수상자 명단에 따르면 총 21개 부문 중 10개 부문에서 여성 수상자 11명이 배출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단독 수상한 여성의 숫자가 8명으로 남성 단독 수상자 9명에 버금가는 쾌거를 올렸다. 이전의 여성 수상 최고 기록은 2010년의 10명(단독 수상 7명)이었다.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공공서비스 부문을 비롯해 언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약한 여성 수상자를 소개한다.

올해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인 ‘더포스트앤드쿠리어’의 기사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에는 제니퍼 베리 호즈와 나탈리 카울라 하우프 등 두 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지역의 작은 지역신문 ‘더포스트앤드쿠리어’는 가정폭력에 의한 여성 사망률이 미국 내에서 1위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가정폭력 실태를 깊이 있게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소규모의 지방 언론이 이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최근 5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수상자 중 한 명인 나탈리 하우프는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 이미 홍보대행사로 직장을 옮긴 것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그는 “지역신문 기자로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전직 이유를 밝혔다.

지역보도 부문에선 캘리포니아주 토렌스의 지역신문인 ‘데일리브리즈’의 레베카 키미치가 동료 두 명과 함께 수상했다. 신문사에 첫 퓰리처상을 안겨준 이들은 센티넬라 벨리 교육구에 만연한 부패를 파헤쳤다. 국내 보도 부문을 수상한 워싱턴포스트의 캐롤 레오니그는 국가 안보 시스템의 허점을 폭로하며 정보기관이 대통령 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게을리했다고 비판했다.

세 명의 여성 후보가 끝까지 경쟁하며 화제를 모은 특집기사 부문은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삶을 포현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의 다이애나 마컴이 차지했으며, 휴스턴 크로니클의 리사 팔켄버그는 휴스턴 경찰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알프레드 드웨인 브라운에 대한 기사로 논평 부문을 수상하며 회사에 첫 퓰리처상을 안겼다. 비평 부문에선 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준 LA타임스의 매리 맥나마라, 사설 부문에서는 값싼 패스트푸드 뒤에 숨겨진 진짜 가격, 이를 제공하는 식당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한 보스턴글로브의 캐슬린 킹스베리가 차지했다.

또 다른 시상 카테고리인 책과 연극 및 음악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계속됐다. 엘리자베스 펜의 『세계의 중심에서의 조우: 맨던족의 역사』(가제)는 미국 다코타주의 원주민인 맨던 부족의 역사를 소개하며 역사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반 논픽션 부문 수상자인 엘리자베스 콜베어는 『6번째 멸종: 부자연스런 역사』(가제)에서 그동안 인간의 행동이 이 세상을 어떻게 악화시켰는지 고발하며 다음 번 멸종의 희생자는 바로 인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1세기 현대음악에서 가장 ‘핫한’ 집단으로 꼽히는 ‘뱅온어캔’의 창단 작곡가 줄리아 울프가 음악 부문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 4월 필라델피아에서 초연된 ‘Anthracite Fields(무연탄전)’을 통해 20세기 펜실베이니아 광부들의 삶을 재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