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에세이집 『살아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은 불꽃처럼 뜨거운 축제죠”
모국어로 자신을 혁명해온 여성주의 시인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 필 때 다 써 버린다’(시 ‘늙은 꽃’ 중에서)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문정희 시인은 “살아 있다는 것은 파도처럼 끝없이 몸을 뒤집는 것”이라며 “꽃이 필 때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쓰듯 나 역시도 오직 순간을 뜨겁게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주의 시인인 그는 “삶에서 두 번은 없다”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것은 영원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등단 46주년을 맞은 그의 시에세이집 『살아 있다는 것은』(생각속의집)에서 독자들은 “밤새워 글을 쓴 다음 날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입 안은 까슬까슬하고 두 눈은 퀭하니 들어간 자신의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시인의 글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시인은 평생 시라는 모국어로 자신을 혁명해왔다. 젊은 날의 슬픔과 상처, 사랑과 절망이 그대로 드러난 글들은 손이 데일 듯 뜨겁다. 그런데 여자들은 그의 시를 읽으면 힘이 솟는다.
시인은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인 남편에 대해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지만 동시에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라고 비유한다(시 ‘남편’ 중에서) 또 ‘갈대 숲을 지나며’를 통해 모든 여자는 결혼한 독신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모르지 / 세상엔 결혼한 여자가 없다는 것을 / 모든 여자가 독신이라는 것을 / 세상이 가진 자로는 / 재어지지 않는 넓이와 크기 때문에 (하략)” 우리의 삶은 불꽃처럼 고독한 축제이며 그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는 시인의 말은 누구의 아내이자 엄마로 안주하고 싶은 우리를 뜨끔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