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자숙감, 여성 혐오는 개그감?”

개그맨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여성 혐오 발언 논란 속, 일부 시청자들이 해당 개그맨들의 방송 퇴출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릴레이 시위 등을 벌이며 여성 차별·혐오 반대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차유진(41) 씨 외 3명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tvN(CJ E&M) 사옥 앞에서 손피켓을 들고 “반성과 자숙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옹달샘 트리오’의 방송 퇴출”을 요구했다. 

‘유체’라는 닉네임의 여성 참가자는 “유세윤의 개그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의 ‘옹달샘’ 팟캐스트 발언은 재미있기는커녕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며 “진심 어린 사과는 없고 오히려 여성 팬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실패한 개그’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논란을 매듭지으려 하는데, 문제는 여성혐오 등을 소재로 개그를 한 일 자체”라며 “자신들의 경솔함에 대해 여성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자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 씨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해당 개그맨과 방송계는 제대로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중매체가 여성의 인권 문제에는 유독 둔감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신희주(29) 씨는 “특히 공영방송 KBS의 대응이 실망스럽다”며 “최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베 기자’를 임용한 데 이어 여성 혐오 발언을 한 방송인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방송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차 씨는 “일부 방송인의 태도에 대한 항의가 전부가 아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혐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이 시위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시위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이들의 연대체’(가칭)를 조직해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옹달샘’ 발언 등 미디어에 드러난 여성 혐오 사례를 모아 온라인 아카이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여성 비하·혐오 표현을 한 방송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주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을 전개할 의향도 밝혔다. 

앞서 17일에도 차 씨와 신 씨 등 시청자 3명은 KBS 본관 앞에서 해당 개그맨들의 방송 출연 반대와 KBS 영구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개그맨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는 2013년부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여성 비하·혐오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여자들은 멍청해서 머리가 남자한테 안 된다” “처녀가 아닌 여자, 성 경험을 숨기지 않는 여자를 참을 수 없다” 등 발언과 ‘XX년’, ‘개보년’ 등 욕설을 했다. 

이 사실이 최근 다시 논란이 되자 장동민과 유세윤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동민은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서 자진 하차했으나, 기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