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바람이 불고 있다. 먹는 행위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음식의 역사와 유래 등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외식업체는 브랜드 탄생배경, 메뉴, 매장 형태 등에 착안해 스토리텔링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야기를 통해 쉽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한식뷔페 ‘자연별곡’은 왕의 이야기, 팔도진미라는 콘셉트에 맞춰 수라상처럼 놋그릇을 사용한다. 매장 내부도 고궁에서 식사하는 느낌이 들도록 전통소품을 배치했다. 또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왕들의 이야기와 각 지방의 특색을 메뉴에 부여했다. 영조 임금이 당파를 가리지 않고 고루 등용하는 탕평책을 실시하며 대신들에게 내놓았다는 탕평채, 안동 지방 양반가에서 잔칫날이나 귀빈을 맞을 때 먹던 사골 안동국시 등 메뉴에 역사 이야기를 담았다.
아메리칸 그릴&샐러드 '애슐리'는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특색에 맞춘 콘셉트와 스토리를 인테리어에 담는 ‘VMD(Visual Merchandising)’ 강화 전략을 펴고 있다. 젊은 분위기가 강한 홍대점의 경우 로큰롤 콘셉트로 꾸몄다. 마이클 잭슨의 대표적 무대 의상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 연주하던 기타, 유명 디바들의 무대 의상도 전시해 미국 팝 역사 박물관에 온 느낌을 선사한다.
유서 깊은 공간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기반이 되는 경우도 있다. 종로구 홍지동의 한정식집 ‘석파랑’은 조선 후기에 건축됐으며 흥선대원군이 탐냈던 건물로 알려졌다. 본관 건물은 순종효황후 윤 씨의 생가를 옮긴 것이다. 소비자들은 역사적인 고택에서 전통 궁중 방식을 지향하는 고급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독특한 탄생 배경도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철든놈’은 특허받은 구이기를 내세운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이다. 실제로 철공소에서 구이기를 만들며 브랜드를 런칭했다. 그 간 만든 구이기 제품을 전시하고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서비스를 한다. 구이전문 벤처기업을 표방하며 부설연구소를 운영한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자연별곡' 관계자는 "브랜드 콘셉트나 메뉴 개발 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곁들여 고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며 "단순한 식사를 넘어 외식과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외식문화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스토리텔링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