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판결 받았으니 절판해야 마땅… 일본선 박유하 교수 ‘영웅’ 대접
삭제 안 한 채 판매 중인 일본어판도 당장 회수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난해 7월 서울 광진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유하 교수 도서출판금지 및 접근금지 가처분신청 첫 공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난해 7월 서울 광진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유하 교수 도서출판금지 및 접근금지 가처분신청 첫 공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유하 교수는 한국 여성 아닌가요? 폐기처분할 책을 어떻게 삭제판으로 다시 내놓을 생각을 했나요?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지요. 한국어판뿐 아니라 일본어판도 당장 절판시켜야 해요. 지난해 11월 나온 『제국의 위안부』 일본어판은 삭제되지 않은 원문 그대로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일본 현지에선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요. 일본의 역사 왜곡에 이 책이 논리적 근거를 대줬으니까요.”

세종대 박유하 교수가 『제국의 위안부』 삭제판을 낸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자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유희남(87)씨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유씨는 최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법원에서 34곳이나 삭제하라는 결과가 나왔으면 절판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 책 파는 게 다가 아니잖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에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무렵 소송 중인 박 교수에게서 전화가 몇 차례 걸려 왔어요. 일본에서 보상을 얼마나 받아주면 좋겠느냐며, 한 20억원이면 되겠냐더군요. 높은 사람에게 가서 보상을 받아다 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제대로 살지 못한 70년 세월을 보상하라고 이야기했어요. 박 교수가 한국 여성으로 태어나 한국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면 그런 책을 팔겠다고 나서면 안 되지요.” 유씨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책을 낸 출판사 뿌리와이파리는 이르면 4월 하순 『제국의 위안부』 삭제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와 출판사 측은 책을 삭제해야 판매할 수 있다면 절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독자들의 판단을 받겠다며 이를 번복했다. 정종주 대표는 “법원 결정에 따라 34곳을 없앤 삭제판을 출간한다”며 “삭제판 서문을 추가하고 문제가 된 부분은 해당 글자를 ‘○○○’과 같은 기호를 넣는 식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책의 말미에는 지난해 4월 동아시아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주최로 열린 ‘위안부 문제 제3의 목소리’ 심포지엄 내용 중 박 교수의 주제발표문을 첨부한다. 출판사 측은 법원에 이의 신청도 할 방침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는 지난 2월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이옥선 할머니 등 9명이 낸 도서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책 내용 중 34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 판매 배포 광고 등을 할 수 없다”며 일부 인용 결정했다. 삭제 대상에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는 동지적인 관계였다” “위안은 기본적으로는 수입이 예상되는 노동이었고, 그런 의미에서는 강간적 매춘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박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고, 박 교수와 정 대표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한 사람에 3000만원씩 총 2억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은 법무법인 율(담당변호사 양승봉)이 대리하고 있으며 현재 공동변호인단이 구성돼 있다. 양승봉 변호사는 “박 교수는 왜 자신의 자유로운 사상을 문제 삼느냐고 하는데 왜곡된 역사 인식을 책에 담기 위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굴절시키고 왜곡시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일본어판도 당장 절판해야 하는 마당에 되레 한국어 삭제판을 낸 것은 잘못”이라며 “이는 사법적 판결을 외면한 비도덕적인 행동이다. 저자 스스로 책을 절판시키는 게 학자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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