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이별
여자의 이별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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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 청소, 설거지, 빨래, 장보기 등 주부의 일상사를 스케치한 그

림들로 시작되는 '여자의 이별 Shirley Valentine'(연불, CIC)은 그

일상성만큼이나 공감대가 큰 영화다. “내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

의 처지와 바램을 어쩜 저렇게 정확하게 영화로 옮겨 놓을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이 그렇게 많단 말이야?”라고 놀라는 주부들이 적지 않

을 것이다. 또한 젊은 시절에 품었던 꿈으로부터 멀어져 무의미한 일

상을 살고 있음을 절감하며 탈출을 꿈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셜리

발렌타인이 될 수 있다.

영국 리버풀의 서민 주택에 살고 있는 42살의 가정주부 셜리 발렌타

인(폴린 콜린스)은 양손 가득 반찬거리를 사들고 힘겹게 돌아온다. 집

에 들어서자마자 “하이 월(벽아, 안녕)”이라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아들과 딸은 독립을 주장하며 나간 지 오래고, 남편이란 자는 정해진

일주일 메뉴에 따라 6시 반에 딱 저녁 식사를 마치면 TV를 보다 잠

드는 게 전부라 종일 말할 상대가 없다. 신혼 초, 벽에 새 칠을 하며

“모나리자” “반 고호”라고 부르며 장난치던 행복한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남편은 웃는 법이 없다.

셜리가 카메라에 대고 직접 털어놓는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솔직하

고 유머러스하며 비판적인 해부, 성에 대한 태도, 꿈과 현실, 용기 등

에 관한 적나라한 대사는 찬탄을 금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나다. 후반부

는 셜리가 남편과 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친구(엘리슨 스테드

맨)와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보며 와인을 마셔보는 게 소원이었던 셜리는 예

의 바른 그리스 남자(톰 콘티)를 만나 그 소원을 이루게 된다.

일상사에 함몰된 가정 주부가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달콤한 로맨스.

블루 칼라 여성의 교육을 통한 자각을 그린 '리타 길들이기'로 호평

을 받았던 루이스 길버트 감독은 이런 거짓말, 현실 도피로 관객을 우

롱하지 않는다. 상투성을 벗어나면서도 꿈과 웃음을 잃지 않는 마무리,

그래서 관객은 설득력 있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연극 배우로 더 유

명한 폴린 콜린스는 '리타 길들이기'의 주연 여배우 줄리 월터가 그

러했듯 '여자의 이별'로 89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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