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폐 여성 인물 전무…일상생활 가장 큰 성차별
“2020년 수정헌법 제19조 100주년 맞아 변화 필요”
인터넷 투표 통해 4명 후보 선정…최종 투표 중
할리우드 배우 수전 서랜던이 20달러 지폐의 인물 도안을 여성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지지하고 나서 화제다. 그는 6일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 캠페인을 소개하며 “미국 역사 속 여성 위인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진행 중인 긍정적인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앞서 트위터에도 20달러 지폐를 든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여러분의 사진을 올려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캠페인 사이트를 소개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트위터 메시지는 1800여 건 이상 리트윗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20달러 지폐를 든 사진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서 여성 인물이 새겨진 지폐 사진도 올라왔다. 새런든은 이들의 메시지를 리트윗하고 “아르헨티나, 스웨덴, 터키, 멕시코, 필리핀, 이스라엘, 시리아 등 10여 개국에서 여성 인물을 지폐에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세계를 이끄는 리더를 자처하는 미국이 이 분야에선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통용되는 지폐의 등장인물이 모두 남성인 점을 지적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여성이 없다는 사실은 가장 큰 성차별”이라며 “이 차별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의 차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20년이 여성참정권을 인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19조의 시행 100주년이므로 “미국 역사를 만들어낸 남성들에게만 허락된 이 자리(지폐)에 여성을 넣자는 투표를 통해 여성 위인들을 기념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20달러 지폐를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2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하워드 잭슨 대통령이 지폐 사용과 중앙은행 체계를 반대했던 인물이며 1830년 미국 원주민 추방 법안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통용되는 미국 화폐 중에는 1800년대 초 서부 탐험대를 이끌었던 원주민 여성 새커거위아가 1달러 동전에 새겨져 있으나 1달러 지폐에 비해 많이 쓰이지 않고 있으며 과거 화폐에 등장했던 여성 인물로는 1981년까지 1달러 동전의 주인공이었던 여성 인권운동가 수전 앤서니와 2003년 앨라배마주 25센트 동전의 헬렌 켈러가 있었다.
‘20달러에 여성을’ 캠페인은 여성 인물의 사용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후보 추천에도 나섰다.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역사 속 여성 위인 15명을 선정해 소개하고 4월 5일까지 1차 투표를 실시했으며, 25만6000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레노어 루스벨트(1884~1962), ‘시민권 운동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여성 인권운동가 로자 팍스(1913~2005), 19세기 중반 흑인 노예들의 탈출을 도운 ‘지하철로’의 차장 해리엇 터브먼(1822~1913), 현존 최대 규모의 원주민 부족인 체로키 부족 최초의 여성 족장이었던 윌마 맨킬러 등 4명의 최종 후보가 선정되어 최종 투표를 진행 중이다.
수전 새런든은 “변화라는 건 훨씬 넓은 문화적 의미를 가진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어 놀라움을 안겨준다는 점이 재미있다”면서 “이번 캠페인이 양성평등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토론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