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페미니즘’ ‘여성, 목소리들’ ‘여성과 일’ 개정증보판
“페미니즘 과잉이 아니라 과소가 문제”
한동안 트위터를 강타한 ‘나는 페미니스트다’ 캠페인은 여성 혐오가 강한 우리 사회에 대한 작은 저항의 몸짓이었다. 또 페미니스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듯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이 아니고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이라는 선언이었다.
페미니스트가 왜 우리 사회에서 하이힐 신기 불편한 보도블록을 교체하자고,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이나 만들자고 주장하는 여권주의자로 비치게 된 걸까. 최근 출간된 페미니즘 도서들은 이런 고정관념이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오해임을 속시원히 보여준다. 특히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지만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 예전과 다를 바 없음을 짚어준다.
최근작인 『지금 여기 페미니즘』(사회운동)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이유미씨가 수년간 페미니즘을 주제로 대학생과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와 토론 모임, 세미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다. 저자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스트가 남자들의 몫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공격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성운동은 그 오해를 없앨 만큼 강력하지 않다. 페미니즘의 과잉이 아니라 과소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 임금의 68%에 지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있고 임시, 일용직은 남성보다 높고 경제활동 참가율도 남성보다 훨씬 낮다. 기혼 여성의 20%는 경력 단절을 겪었고 사회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여성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밀양을 살다』 공저자인 안미선의 『여성, 목소리들』(오월의 봄)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르포집이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아이들을 기르고 자아를 성취하고 싶어 하는 한부모 여성,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상전과 종의 처지’라고 토로한 하청 노동자, 자신을 ‘비천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청소 노동자… 여성으로서 노동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당당하게, 때로는 간절하게 들려온다.
『여성과 일』 개정 증보판도 우리 사회의 여성 노동 실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원저자인 강이수 상지대 교수와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박기남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와 함께 썼다. 저자들은 “여성 취업은 늘었지만 고용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그녀들의 도전이 정당한 평가를 얻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건너야 할 강은 깊다”고 말했다. 대다수 취업 여성이 경험하는 임금격차, 불안정한 고용, 일과 가족 돌봄의 부담과 시간 압박 등은 첫 책이 나온 14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