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맞아 문화로 조명하는 작업 이어져
세월호 기억하자는 집단적 성찰… 책 출간, 전시도
금요일이 오면 세월호 유족들은 아프다. 아이들은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배에 갇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를 문화로 조명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위험 사회 한국을 보여주는 징표인 세월호 사건을 단지 개인과 가족이 겪은 비극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집단적 성찰이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책과 북 콘서트, 전시 등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육성 기록집 출간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은 남겨진 가족들이 가 닿을 수 없는 수백 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 기록단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했고, 이 가운데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책을 냈다.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국가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트라우마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만화가 8명이 13편의 삽화와 표지화를 그렸다.
지역별로 꾸려진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현재 전국을 순회하며 북 콘서트를 열고 있다. 4월 3일 오후 7시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컨벤션홀, 4월 8일 오후 6시 경주(장소 미정), 4월 8일 오후 5시, 경희대 청운관, 4월 11일 오후 4시 아이쿱 대전센터 3층 소극장, 4월 11일(시간 미정) 서울 창동문화센터에서 열린다. 416family.org
150여 일의 세월호 관련 재판을 기록한 『세월호를 기록하다』(오준호, 미지북스)를 읽으면 세월호 사고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세월호 아이들의 유고집도 눈길을 끈다. 『사월의 편지』(서해문집)는 단원고 2학년 정지아양의 어머니가 딸의 편지와 습작 노트를 엮어 낸 책이다. 지아의 어머니 지영희씨가 글을 엮었고, 친구 전혜린양이 표지에 실린 지아를 그렸다.
“올바른 길로 가는 데 엄마가 다리가 되어 도와줄게. 비가 오면 우산이 되고, 눈이 오면 따뜻한 옷이 되고,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면 방어막이 되어줄게.” 그런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애교를 날리며 쓴 딸의 편지가 독자들을 울린다. “난, 다음 생엔 내가 엄마가 돼서 꼭 더 사랑해줄 거야.”
지아의 글에는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한 아이가 살다 간 짧은 인생이 담겨 있다. 축구선수 기성용을 좋아해서 쓴 축구 소설, 섬마을에 사는 10대의 사랑, 판타지가 섞인 로맨스 소설을 읽는 동안 마음은 짠해온다. 학교 인조 잔디에 불장난을 해서 불려가고, 삶이 축제이자 쓰레기장이었다고 고백하는 10대의 포장되지 않은 글이 가슴에 밟힌다. 12편의 시는 섬세하고 내밀한 감성을 보여준다. 어머니 지영희씨는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던 딸을 회상하며 “이 아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채 맺지 못했다. 지아와 특별히 친했던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세상을 떠났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혜린이의 인터뷰를 통해 희생된 아이들이 어떻게 마지막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세월호 슬픔 담은 추모곡과 전시
재즈 가수 말로는 최근 낸 6집 앨범 ‘겨울, 그리고 봄’에서 ‘잊지 말아요’ ‘제자리로’ 등 세월호 추모곡을 2곡 내놓았다.
“… 햇살 가득 사월이 올 때까지 그대 울지 말아요 / 계절이 돌고 돌듯 슬픔이 웃음으로 돌고 돌아 / 영원히 만날 거예요 우린 따뜻한 이별 안에서.” 말로가 작곡한 ‘잊지 말아요’란 제목의 노래다.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는다는 평을 듣는 목소리로 세월호의 아픔과 상실을 노래해 눈길을 끈다.
4월 8일까지 서울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심승옥 개인전에서도 세월호를 만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을 주된 내용으로 한 설치작업이 갤러리 지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부재와 임재 사이’라는 작품이다. 목재로 비스듬히 세워진 전망대 위 4면에 설치된 낡은 확성기, 조용히 반짝거리는 성탄절 전구, 천장 높은 곳엔 구명조끼와 구명환(구명 부표)이 걸려 있다.
벽에 걸린 네온으로 만들어진 설치 작업도 볼거리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오브 더 캐피털(of the capital), 포 더 캐피털(for the capital), 바이 더 캐피털(by the capital)”로 바뀌었다.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이라는 뜻이다. 확성기가 설치된 구조물 주변은 마구 부서져 뒤섞인 잔해들이 널려 있고 한편에 깜빡이는 조명등이 비추는 낡은 합판에는 불이 꺼질 때마다 야광 물감으로 쓰인 “나를 잊지 마!”라는 글귀가 드러난다. 그 설치작업이 놓인 공간에 속삭이듯 울려 퍼지는 노래는 뉴질랜드 민요로 작가의 지인인 한정림 작가가 불렀다.
작가는 “사회적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정부의 무능함 같은 피상적인 것보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상실감과 우울함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사회적 태도로 읽는 데 대해선 거부감이 있다”며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월요일 쉼.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