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위한 우수한 여성 인재는 필수
최고 경영진 앞장서 인력 육성 정책 펴야
여성 인식 전환 뒷받침돼야… “틀을 깨라”
“여성 인력의 중요성은 누구나 말하지만 아직 액션을 취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이제 때가 왔다.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업이 먼저 여성 인재를 키우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듀폰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을 지낸 김동수(사진) 삼성 SDI 고문은 3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업의 성공을 위한 다양성’을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여성 인재 활용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래포럼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남승우 풀무원 대표이사를 비롯해 롯데그룹, 한화그룹, 유한킴벌리, 샘표식품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참석해 김 고문의 강연에 집중했다.
김 고문은 지난 1987년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에 입사해 뉴존스빌 공장장(90년)과 부직포 사업부 사장(96년)을 거쳐 98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 14개국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가 됐다. 이후 10년 넘게 듀폰을 이끈 그는 여성 관리자 육성에도 적극 나선 경영인으로도 손꼽힌다.
김 고문은 이날 특강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왜 기업 내 다양성이 중요한지 설명했다. 그는 기업 내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글로벌 시대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필요한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여성 인력을 육성하고 중용하면 우수한 인재들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1995년 듀폰의 인력 구성을 보니 간부 직원의 65%가 백인 남성이었어요. 여성 비율은 6~7%, 아시아가 5~6% 수준이었습니다. 백인 남성만으로 구성된 조직이 글로벌 시대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같은 고민을 30년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력 구성에는 바뀐 것이 없었어요. 말만 하고, 액션을 취하진 않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기업 최고경영진이 앞장서 여성 인력 육성 정책을 펴야 해요.”
본사에서 사업부를 이끌던 김 고문은 특히 성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 직원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 “여성을 위한 HR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역시 말만으로는 인력 구성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것이 듀폰 여성 네트워크(DuPont Women’s Network)다. 당시 본사 회장과 함께 조직 내 여성 직원들의 자발적 모임인 듀폰 여성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지금도 이 조직을 통해 17개국 여성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지속적으로 네트워킹을 하며 경력 관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듀폰은 여성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여성 직원들에게 멘토링 시스템, 리더십 역량 강화, 일·생활 균형을 지원한다.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 듀폰은 1802년 설립 이후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이미 듀폰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젠더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어요. 우리 기업들도 더 큰 어려움을 겪기 전에 여성 인력 육성에 빨리 나서야 합니다.”
김 고문은 기업 정책과 함께 여성 스스로도 기존의 틀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성장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죠.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망 밖으로 과감하게 나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거든요. 제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브레이크 더 박스’(break the box), 즉 ‘상자를 깨고 뛰쳐나가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죠.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해 놓고 그 이상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