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중국에서 여성운동가들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이틀 후 3·8 세계 여성의 날에 광저우, 베이징, 항저우 등에서 안전한 섹스에 대한 의식 향상과 성희롱 반대 캠페인 등을 준비하던 여성운동가들이었다. 10명이 구속됐고 다섯 명이 곧 풀려났고 다섯 명은 경찰에 잡혀 있다. 여성운동가 팽 유앤에 따르면 이들은 팅팅 리(성평등 활동가), 팅팅 웨이(성평등 활동가), 만 왕(성평등 활동가), 추란 쟁(성평등 활동가) 그리고 롱롱 우(여성과 소수자 인권 보호 활동가)이다. 이 가운데 팅팅 웨이는 지난 1월에 이화여대 아시아 여성 활동가 훈련(EGEP·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여성신문에 인터뷰 글을 올린 활동가다.
세계 경제대국 2위라는 중국에서 일어난 이 일은 전 세계가 주목했고 각각의 신문들은 여성운동가를 구속하며 세계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한 중국 정부의 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비난했다. 중국은 1995년 세계여성대회를 개최한 국가이고, 그 이후에 많은 성평등적인 제도를 확산한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에 자본주의화가 진행되면서 경제적 능력이 약한 노인과 아이들 그리고 여성들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매년 여성 활동가들은 거리 시위를 해왔다. 지난해에는 기발한 캠페인을 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팅팅 리는 ‘남성 화장실을 점령하라’는 캠페인을 통해 여성들을 위한 공중화장실 확대운동을 했고, 팅팅 웨이는 ‘피투성이 신부’라는 캠페인을 통해 피 묻은 웨딩가운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면서 가정폭력의 문제를 알렸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왜 갑자기, 특히 올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여성 활동가들을 구속했는지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일찍 풀려난 다섯 명 가운데 한 사람은 경찰들이 한 말을 전했다. 지금은 전국인민대회(전인대) 시기와 겹치니 여성들을 구속해서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집회를 열지 말라고 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의도였다고 했다. 중국은 종종 국제회의나 혹은 전국 인민대회가 있을 때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구속해 그들의 운동에 경고를 주기도 했다.
자본주의체제를 운영하면서 중국의 시징핑 주석은 지난 2013년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노인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잘 돌봐서 나라를 위한 일군으로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이해가 이미 널리 퍼져 있는데, 국가 지도자가 굳이 여성들에게만 양육을 전담시키고 공적인 공간에서 여성을 배제시키는 시대착오적 입장을 드러내어 비판의 대상이 됐었다.
최근 6억9000만이 시청하는 설날 특집 쇼에서 여성들을 차별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평범한 여성과 전문 모델 여성을 함께 세워놓고 평범한 여성을 남성 같다고 놀리고, 30이 넘어서 결혼하지 않는 여성은 중고품이라서 아무도 사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내용의 코미디를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방송했다.
게다가 사무직 여성들이 상사와 관계를 맺어서 승진한다는 암시의 내용을 내보냄으로써 여성 혐오 적이고 차별적인 내용을 전 국민에게 유포했다. 이것은 즉각적으로 웨이보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평가단은 쇼 감독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었다. 여성주의를 남성 혐오주의나 혹은 이기적인 여성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던 많은 시민들조차도 웨이보를 통해 관영방송의 여성혐오와 차별을 비판하고 있다.
이번 중국의 전국인민대회에선 가정폭력에 관한 입법이 상정됐다. 이것이 입법화되는 데 두 명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지속적으로 거절당하자 그 가운데 중국 유명인사와 결혼한 미국인 피해자 여성은 웨이보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이혼에 성공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남편을 살인하는 비극에 이르러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웨이보를 통해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지금 다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구속된 여성들의 동료 중 한 사람은 이들이 구속된 이유는 이들이 소셜 미디어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들의 논리와 열정이 사람들을 움직여서 최근에 가정 폭력관련법, 관영 방송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을 주목해 소란죄라는 이름으로 구속했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침묵으로 우리는 실상을 알 수 없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려 했는지, 소셜 미디어를 통제하려 했는지 그 진의를 알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국가가 이유를 알리지 않고 국민을 구속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소름 돋는 현실이다. 국가를 발톱이 사나운 독수리로 표현했던 존 스튜어트 밀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국가를 감시하지 않을 때 언제나 국민의 권리를 약탈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국가가 약탈자로 불릴 때, 국민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미디어가 국가를 감시하는 데 실패할 때 새로운 방식의 소셜 미디어는 그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그것조차도 막으려 하는 중국 정부는 이제 세계인들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막으려 하자 지금 전 세계가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부패척결을 주장한 시징핑은 농촌의 도서관 건립자와 인권변호사까지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왜 인권 문제에 이렇게 둔한가? 국가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세울 수 있겠는가? 국민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다섯 명의 여성주의자들이 속히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