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경제 시대, 협업 못 하면 뒤처진다

영화 ‘설국열차’의 또 다른 이름은 ‘협업열차’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콜라보노닉스의 힘을 보여준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4000만 달러(약 430억원)를 투자해 국내에서만 9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해외 160여 개국에 판매됐고 프랑스에서도 역대 한국 영화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콜라보노믹스는 협업(collaboration)과 경제학(economics)이 합쳐진 신조어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CJ E&M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체코에서 촬영됐고, 다국적 배우와 스태프와 영화를 완성한 점도 눈에 띈다. 영화가 성공한 이유로 봉준호 감독의 협업 리더십이 손꼽힌다. ‘꼬리칸 혁명’의 리더로 활약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의 매력은 협업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라며 “배우들의 최고 모습을 이끌어내고 자신의 비전도 반영하는 협업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은 신작 ‘협업으로 창조하라’(올림)에서 ‘설국열차’를 사례로 들며 “융·복합 창조시대에는 한국의 운명을 바꿀 모든 가치가 협업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무한 경쟁과 승자 독식을 당연시한 신자유주의 시대는 저물고 상생과 동반 성장을 강조한 신인본주의 시대가 왔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신인본주의 시대에는 부서와 기업, 산업, 국가 간 장벽을 넘어 협업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농경(제1의 물결), 산업(제2의 물결), 정보화(제3의 물결)를 거쳐 제4의 물결인 협업이 밀려오고 있으며 지금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뛰어넘어 시대를 바꿀 수 있는 흐름이 협업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완구업체 영실업은 기아자동차와의 협업으로 트랜스포머처럼 로봇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장난감 ‘또봇’을 만들어 50%의 매출 성장과 함께 이익은 2배, 당기순이익 역시 3배 가까이 오르는 성과를 냈다. 코카콜라와 세계적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콜라보 작업, 조직의 내부 협업으로 탄생한 동부대우전자의 세탁기 ‘미니’ 등도 협업으로 결실을 얻은 사례다.

저자는 또 “인류의 경제활동은 손발경제에서 두뇌경제를 거쳐 이제는 마음경제에 도달했다”며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는 감성지능이 중요한 시대다. 여성 지도자들의 사회적 진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마음의 경제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융·복합 창조 시대에는 여성과 남성의 콜라보가 더욱 절실하다. 저자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서로 협업을 해야 한다”며 “여성의 장점과 남성의 장점이 서로 시너지를 낼 때 성숙한 사회로 간다”고 말했다.

저자의 별칭은 ‘미스터 콜라보’다. ‘시테크 전도사’에서 이제 ‘협업 전도사’로 변신해 협업 문화 확산을 위해 맹활약 중이다. 경영컨설턴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장개업 대작전’ 코너 등 TV·라디오 프로그램에 10년 넘게 출연해 대중에게는 방송인으로 낯익은 얼굴이다.

저자는 “협업은 ‘메가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며 “1+1=2+α가 지금까지의 시너지 개념이었다면 협업을 통해선 1+1=50, 100, 1000도 가능하다.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이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낸 것도 협업,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메가 시너지를 창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직적 분업 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수평적 협업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 저자는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비전을 공유해 소통과 협업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고 말한다. 협업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해선 ‘콜라보메이트(collabomate)’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한 달에 한 번 ‘콜라보데이(collabo day)’를 정해 콜라보메이트끼리 친목을 다지며 협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라고 저자는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