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장관, CSW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첫 제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제5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 기조연설에서 “과거의 잘못을 정확히 규명해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CSW 고위급 전체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 장관은 이날 우리 정부의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 정책 성과와 함께 전시 성폭력 등 여성폭력 근절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정부가 CSW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여성폭력 근절에 대한 많은 발전과 성과가 있었으나 아직 장애 요인들이 있다”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동원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아동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을 정확히 규명해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세대를 교육시켜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장관은 기조연설 전에 전시성폭력 문제 전문가인 게이 맥두걸(Gay McDugal) 전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위안부 문제 미해결 원인과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맥두걸은 1998년 ‘유엔 전시 성폭력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법적 쟁점 분석과 해결 방안 제시로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1995년 베이징 행동강령 이후 우리 정부의 이행 성과를 소개했다. 성인지 국가정책 추진으로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했고 2015년 7월에는 여성발전기본법을 확장시킨 양성평등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확대발전시켜 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여성인력 적극 활용을 위해 우리 정부가 생애주기를 고려해 국가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4R’ 정책을 소개하며 “사회진출(Recruit), 경력 유지(Retention),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Restart), 여성대표성(Representation)의 네 고리를 단단하게 연결시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2013년 6월 60년 만에 형법상 친고죄 적용을 폐지하는 등 성폭력 범죄를 개인적 차원이 아닌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한 ‘베이징 행동강령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양성평등 및 여성역량 강화에 필요한 과제를 점검하고 향후 국제사회 개발 과제를 통합적인 성인지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치 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채택한 실행 과제가 양성평등 및 여성역량 증진, 여성인권 옹호에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진척 상황이 전체적으로 더디고 부족한 점을 반성하면서, 각 국의 정책 추진에서 여성의 리더십, 여성·여아 인권보호, 양성평등을 보장하고 이를 법령과 정책으로 강력 추진하기로 다짐했다.  

김 장관은 10일 ‘여성의 경제활성화’를 주제로 열리는 고위급 원탁회의에 참석하며,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여성일자리 창출 지원, 직장 내 여성의 권리, 성인지 투자 지원정책 등 정부의 여성 고용 제고 대책을 소개한다. 11일에는 유엔본부 인근 뉴저지주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