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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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여성과 정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신라 시대의 세 여왕, 선덕, 진덕, 진성여왕 이후 처음으로 여성이 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당선이 여성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여성들 가운데 정치적 야망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집권 3년 차를 맞이했지만 여성의 정치참여와 관련하여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여성신문에서도 보도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하에서 장관 등 고위직에 대한 여성의 임명은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한 정치를 해 보겠다고 나서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 같지도 않다.

우리 학과의 사정을 봐도 비슷하다. 사실 여러 해 전부터 정치외교학부에 지망하는 여학생의 수는 크게 늘었고, 입학한 학생의 거의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이 여학생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학부의 여학생들은 수업 성적도 대체로 우수한 편이고, 학생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인정받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정치외교학부에 무슨 이유로 지망했느냐고 물어보면, 여학생들 가운데 다수는 외교관이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여학생들에게 주는 어떤 환상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뉴욕이나 파리, 혹은 제네바와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세련된 매너와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면서 외교 활동을 펼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외교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꿈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궁금한 것은 왜 여학생들 중 대다수가 굳이 외교관의 꿈만을 갖느냐는 것이다.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다든지, 대통령이 되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어보겠다든지 하는 말을 왜 여학생들로부터는 듣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정치는 ‘여성스러움’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이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 사교 모임과 회의, 외국의 대도시, 유창한 외국어. 이런 것들은 ‘여성스러움’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만, 정치는 거칠고 ‘남성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전의 정치는 국가권력에 대한 거친 저항이었고, 그래서 실제로 희생과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정치의 관심은 대체로 일상의 삶과 관련된 것들이다. 복지 문제,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문제, 환경 문제, 주거 문제, 그리고 요즘 논란이 된 부패 방지를 위한 이른바 ‘김영란 법’까지 모두 여성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거나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이슈에 대한 정치적 토론과 결정 과정에서 주도적이거나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 정치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성이 정치를 더 잘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정작 정치권 내 여성의 역할은 제한적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역사적 사건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여성 정치의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여성스러움’이 사회현상, 정치현상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하거나, 혹은 정치는 여전히 ‘안 사람’이나 ‘집 사람’보다 ‘바깥 사람’의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한 여성 정치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자라나는 우리의 딸들에게 내 자식, 내 가족에 대한 헌신뿐만 아니라, 내 자식, 내 가족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 참여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여성 정치의 활성화는 소수 여성 엘리트의 몫이 아니라 여성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책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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