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18개 단체, 다양한 캠페인·체험행사 열어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31회 한국여성대회가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다채로운 캠페인과 체험 행사도 마련돼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날 오후 1시~5시 펼쳐진 퍼플난장 '성평등, 이 길'에는 18개 단체가 참가했다. 각 단체 부스에서는 각종 캠페인과 체험행사, 물품판매 등 시민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군인권센터에서는 최근 불거진 군 성폭력 실태를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반 여성단체가 군 성폭력 문제를 전담하기 어렵다"며 "이번 행사에서 마련한 후원금을 토대로 올해 안에 별도의 군내 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와 인권 지지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2015 퀴어문화축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각각 자리를 마련했다. 활동가 '꽃별'은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와 서울시의 태도에 대해 아쉬움이 크지만, 숨어있던 성소수자들이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가 '관용과 성숙'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간편한 살림법, 건강 검진과 상담 등 실용적인 프로그램도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우렁각시는 수건, 티셔츠 등을 간단히 정리수납하는 법을 소개했다. 안창숙 사무국장은 "매년 여성의 날 행사에서 실용적인 노하우를 소개하는데 반응이 뜨겁다"며 "가사도우미들이 동등한 여성 노동자로 존중받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심장질환연구회 부스에서는 즉석 혈압 측정과 건강 상담이 이뤄졌다. 박선미 총무는 "심장 질환 연구가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성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성이 건강한 사회가 올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과 2~30대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행사 관람객인 성균관대 여학생위원회 소속 김초롱·정재윤 씨는 "같이 놀고 연대하러 왔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대학 내 성차별·성범죄 문제에 대해 "학내 성평등 의식 수준은 높아졌으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다른 문제"라며 "여성주의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창규·이은수 씨 커플은 "근처에서 근무하다가 호기심에 와 봤는데 많이 배우고 간다"며 "여성주의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많은데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날카로운 현실 비판도 나왔다.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20대 여성주의자 모임 '페미니즘 자율학습(페자)'의 나라 씨는 "여성의 날 하루만 여성 인권을 이야기한다고 무엇이 바뀌나. 오늘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 분회 '비정'의 서지영·희정 씨는 "최근 여성 노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일터에서의 성차별·성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짐을 덜기엔 역부족"이라며 "성평등한 일터를 위해서는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