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성폭행 혐의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에 무죄취지 판결
‘미생’의 안영이 만든 윤태호 원작자 ‘성평등 디딤돌’에 선정
여성의 직장 생활을 실감나게 보여준 드라마 ‘미생’의 윤태호 원작자와 정윤정 작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영화로 절절히 풀어낸 ‘카트’의 심재명 제작자와 부지영 감독이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김금옥, 이하 여성연합)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3‧8세계여성의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금옥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용이 가장 불안정하다”며 “영화는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이들의 고용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미생’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묘사돼온 여성들의 모습과 판이하게 다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들은 드라마에서 재벌 아들과 연애하는 미모의 신데렐라 혹은 지나치게 야심찬 비인간적인 여성 상사로 등장한다. 또 회사에서 여성들의 동료나 상하 관계는 사랑을 다투는 경쟁 관계가 많았다는 게 여성연합의 설명이다.
박차옥경 여성연합 사무처장은 “여성 직장인들의 능력 있고 당당하고 따뜻한 모습과 이들이 겪는 성차별, 성희롱을 구조적 시각에서 다룬 드라마”라며 “여성들이 경험하는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와 성희롱 문화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여전히 임금노동에서 소수자인 여성 직장인들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조치 문제를 공론화한 피해자와 조력자,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성평등 디딤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맞선 ‘무지개농성단’,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지난해 4월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부산합동양조(생탁) 여성노동자 5인, 경남 거창지역 유지의 성폭력을 고소한 후 되레 피고인이 됐으나 결국 무죄를 밝혀낸 김모씨 등도 ‘성평등 디딤돌’에 선정됐다.
이와 함께 군대 내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부하인 오혜란 육군 대위가 자살한 뒤에도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결백을 계속 주장해온 가해자 노모 소령이 ‘성평등 걸림돌’에 선정됐다. 계약직 여성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은 중소기업중앙회, 정규직 노동자의 계약직 강제 전환과 조합원 불법 해고 등을 자행한 ‘레이테크코리아’, 외모 차별을 심화시킨 케이블 방송 스토리온의 ‘렛 미인(Let 美人)’도 ‘성평등 걸림돌’로 지목됐다.
특히 올해 ‘성평등 걸림돌’에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동시에 선정되는 망신을 당했다. 중2 여학생에게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연예기획사 대표에 대해 무죄취지 판결을 내리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대법원, 가정폭력 피해자 윤필정(가명)씨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 판사 3인이 각각 ‘성평등 걸림돌’에 뽑혔다.
여성연합은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발표와 시상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