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그녀가 들려주는 ‘진흙탕을 놀이터로 만드는 노하우’
결혼에 정년제가 있다면 더 뜨겁게 살지 않을까
“화해의 손은 잡아주고, 작은 싸움은 크게 확대 말라”

 

칠순의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소녀처럼 웃었다. 글도, 사람도 자유롭고 유연했다. 그의 신작 ‘결혼해도 괜찮아’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힐 만큼 경쾌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칠순의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소녀처럼 웃었다. 글도, 사람도 자유롭고 유연했다. 그의 신작 ‘결혼해도 괜찮아’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힐 만큼 경쾌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요즘 3포 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면서요? 결혼에도 거품이 끼어 있어 젊은이들이 지레 겁먹는 것 같아요. 매달 200만원씩 버는데 결혼 못 하겠다니 너무 엄살이 많아요.(웃음)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몰라도, 돈 없어서 결혼을 포기한다니 핑계 같아요,”

세 아들을 최고 명문대에 보낸 ‘육아 도사’ 박혜란씨가 최근 『결혼해도 괜찮아』(나무를 심는 사람들)를 냈다. TV에선 ‘나 혼자 산다’가 인기를 끌고 싱글 라이프가 트렌드인 양 포장된 세태를 뒤집는 책이다. 출산과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잘 못해도 괜찮아”라고 위로했던 그가 이번에는 결혼식장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2030 여성들에게 “결혼해도 괜찮아” 하며 손을 잡아준다.

돈 없어서 결혼 못 해? “핑계일 뿐”

하지만 비혼 여성인 기자에게는 이 책이 “비혼이어도 괜찮아”로 읽혔다. 만혼인 여성에겐 “만혼이어도 괜찮아”, 이혼한 여성에겐 “이혼해도 괜찮아”로 읽힐 법한 책이다. 어떤 인생이어도 괜찮다니?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선택을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혼을 안 하기로 선택한 사람은 내심 불안해하죠.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노후가 비참해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결혼한다고 불안이 사라지진 않아요.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누구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결혼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는, 이 구질구질한 세상에서 자신을 번쩍 안아 저편의 신세계로 데려다줄 ‘백마 탄 남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백마를 탄 남자가 있던가. 작가는 “남자 신데렐라는 왜 안 되느냐. 고정된 성역할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서른아홉에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세상을 포용하게 됐다는 작가는 “여자보다 남자가 돈을 못 벌면 인품이 훌륭해도 낮춰 본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요즘 남자 전업주부들이 늘고 있어요. 아이를 키워주고 아내의 일정도 관리해주죠. 예전 같으면 남자가 열등감을 느꼈을 테고 주변에서도 흉볼 일이죠. 하지만 이는 양성평등 사회로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는 방증이에요. 동일노동 동일임금보다 더 우리 사회의 젠더지수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결혼하고픈 사람이 있으면 너무 따지지 말고 결혼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역시 박혜란다웠다. 남자와 사귀면서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보여준 ‘있는 자들에 대한 무한 멸시’를 고스란히 내면화했어요. 부잣집 아들은 인간성이 더럽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를 것이라는 생각 역시 편견이었죠. 아무것도 따지지 않은 게 아니라 돈이 있는지 없는지 따진 거죠. 그게 하필 돈 없는 쪽이었던 게지.(웃음) 외부 조건으로 사람을 재단하니 선택의 폭이 제한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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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주 작가

하루에도 12번 이혼하고 싶었지만

다음 생에선 호기심을 채우려 결혼을 안 하고 살겠다는 ‘칠순의 소녀’는 세상의 잣대로는 꽤 그럴듯한 결혼 생활을 꾸려왔다. 대학 1학년 때 교정을 어슬렁거리며 여대생 헌팅에 나선 ‘문리대 대배우’와 운명처럼 눈이 맞아 5년 반을 불같이 연애한 후 스물다섯에 결혼했다. 프러포즈도 직접 했다. 군 복무 중이던 애인에게 “내가 3년 벌어 먹일 테니 그 다음 30년은 네가 책임져라”고 큰소리 땅땅 치고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결혼은 진흙탕이었다. 그는 “사랑할 때 우리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보는 그대로’의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단맛은 너무 짧고 쓴맛이 긴 건 결혼의 숙명”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다림’은 결혼 생활 전반부 20년을 관통하는 단어였다. 남편은 둘째(가수 이적)를 낳는 날도 아침에야 집에 들어왔다가 병원으로 달려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에 곁에 없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이혼하고픈 마음이 불쑥불쑥 들었지만 ‘문제적 결혼’은 벌써 45년 차를 맞았다.

그런데 왜 독자들에게 “결혼해도 괜찮아”라고 권하느냐고 물었더니, 작가는 살짝 웃었다. “만사에 우유부단, 어영부영하다 이혼할 타이밍을 놓쳤네요. 하하” 그러면서 “내 남편만 아니라면 평생 그리워했을 사람”이라며 “그것이 연애와 결혼의 본질”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이 덩굴째 굴러들어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살아가면서 시시콜콜 알아가면 연애 때의 장점이 때로 단점으로 느껴진다. 변한 건 남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유명한 격언도 있다. “남자는 결혼하면 여자가 변하지 않기를 원하나 여자는 변하고, 여자는 남자가 변하기를 원하나 남자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이 준 선물은 많다. 우선 ‘대책 없는 출산주의자’인 작가에게 세 아들을 선물로 줬다. 또 인생을 알게 해줬다. 우리는 때론 양념 진한 김치도 먹어보고, 심심한 김치도 먹어본다. 꼭 한 가지 맛을 고집하면서 다른 맛을 모르고 사는 것보다 얼마나 풍요로운가. 결혼은 분명 인간을 성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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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사람들

재미와 행복은 능력 “스스로 만들라”

남편이 재미없어서 내 인생도 재미없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다. 작가는 “재미도 능력”이라며 “재미도 행복과 같아서 내가 찾아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부부싸움의 기술도 조곤조곤 알려준다. 그나마 싸우면서 살았으니까 이만큼이라도 산 것이라며. 결혼 45년 차 여성학자가 들려주는 싸움의 기술은 의외로 간단했다. 누구라도 먼저 화해를 위한 작은 표현을 할 경우 상대는 무조건 받아들여라. 작은 싸움을 크게 확대하지 마라. 지금 여기서 일어난 일만을 중심으로 싸워라. 하지만 작가 역시 “옛날 옛적 이야기까지 들추면 안 된다”면서도 “내 마음속 치부책을 없앨 수만 있으면 나 역시 행복할 것 같다”고 고백한다.

“독자들이 ‘어쩜 제 이야기와 똑같아요’라고 할 때마다 당혹스러워요. 나보다 한 세대나 어린 30∼40대가 ‘선생님은 약과예요. 저는 10배나 힘들어요’라고 얘기하니 가슴이 철렁거려요. 더욱이 요즘 남자들 보면 여자가 기대오는 걸 포용하는 여유가 없으니까 젊은 부부들 사이에 갈등이 많아졌어요. 여자가 느끼는 결혼의 무게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보다 크죠.”

결혼을 통해 성장하는 부부가 있는 반면 결혼을 통해 퇴보하는 부부도 있다. 가치관이 다르면 서로 할퀴게 되고, 타협하고 살아도 결국 상처만 남는다. 그는 “재능까지 키워주면 더 말할 나위 없지만 그건 욕심이다. 하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지 않으면 결혼 생활은 지옥이 된다”고 말했다.

작가는 마지막에 “결혼에도 정년을 허하라”며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결혼정년제가 도입되면 결혼이 더 알차고 뜨겁게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래 사랑하고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도 조언한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살되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그래서 책장을 덮는 순간 기자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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