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경주시의회 의원
정현주 경주시의회 의원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성으로, 경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 경주시 의회 의원으로서 제35차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 연장(life extension)의 승인 결정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힌다.

지난 2월 26일 16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를 방청하면서 참으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의 위원 중 단 2명만 성실한 질문을 준비했을 뿐 나머지 7명은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자처할 뿐 ‘전문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했는지, 심의 자료는 검토하고 회의에 참석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새벽 1시에 임박하여 표결만 강요하는 모습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알고나 있는지, 그 후 우리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과연 ‘안전’을 고려하고는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승인 표결 결정 10시간 후 경주시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원안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이에 경주 시민들은 분노했다. 연일 월성1호기 폐지와 노후 원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슬그머니 보상금 이야기가 어디선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물론 경주 시민과 타 원전 주민들 간의 보상금에 대한 힘겨루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원전 문제는 값싼 전기요금으로 시작되어 보상금으로 마무리되는 간단한 문제처럼 비친다.

에너지 수급, 경제논리를 앞세우며 수천 억을 핵사업에 투자한 정부와 사업주, 그리고 반대 논리로 공존하는 정치인들에게 종종 경험해 왔던 남성 중심 사회의 힘의 논리가 엿보이는 절망적인 순간이다.

‘시의원으로 사는 동안 결과를 생각해 미리 좌절하지 않겠다’는 것이 새해 다짐의 하나였다. 여성들은, 엄마들은 절대로 저렴한 전기요금을 위해 가족의 건강을,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하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나온 자녀들과 피켓을 들고 온 젊은 엄마들이 월성1호기 폐지 촉구 집회와 기자회견장에 동참하고 있다. 만의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원전 사고의 폐해가 우리들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할지 후쿠시마원전사고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월성1호기 재가동 문제는 국회에서 재심의가 돼야 한다. 원자력안전법에 명시돼 있듯이 주민수용성을 위해 월성1호기 재가동은 최소한 경주 27만 시민이 모두 참여해서 결정해야 하며, 나아가 노후 원전 문제는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누구도 다른 이의 생명과 안전을 대신할 수 없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표결로 담아야 한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