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리티 나우’ 성차별 법률 보고서 발표
44개국에 성차별 법률 개선 촉구 캠페인 진행
레바논과 말타에서는 여성을 유괴한 후 결혼하면 가해자에 대한 기소가 불가능하며 이스라엘에서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성의 몫이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는 성차별적인 법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1995년 베이징 여성대회 이후 20년이 흘렀고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목표 달성 시한을 맞이한 2015년에도 많은 여성들이 차별로 고통받고 있다.
국제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Equality Now)는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전 세계 성차별적 법률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결혼과 이혼, 개인의 권리, 경제적 지위, 폭력 등 4개 카테고리로 성차별적인 법률조항을 가진 나라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한 44개국 정부에 법률 개선을 촉구하는 ‘반성차별 법률’(#UnSexyLaws)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번 보고서가 지적한 대표적인 성차별적 법률을 소개한다.
여성을 살해해도 처벌받지 않는 남성들
2012년 여대생 집단 강간 사건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도에선 사건 1년 후 황당한 법률이 생겼다. ‘부인에 대한 남편의 성적 폭력은 아내가 15세 이상인 경우 강간이 아니다’라는 것. 이로 인해 부부 간 성폭행이 합법화됐다. 싱가포르(13세 이상), 바하마(14세 이상)에서도 아내에 대한 남편의 성폭행은 유죄가 아니다.
유괴는 평생 끔찍한 기억을 남기는 심각한 범죄이지만 말타에서는 유괴로 재판을 받은 뒤라도 피해자와 결혼을 하면 형량 선고가 즉시 삭제된다. 레바논에서도 유괴 및 강간 범죄는 피해자와의 결혼과 함께 무죄가 된다.
이집트 법률에서 간통은 특히 여성에게 무거운 죄다. 간통 현장을 목격한 남편은 그 자리에서 아내를 살해해도 처벌받지 않으며 상대 남성은 징역형을 받을 뿐이다. 시리아에서는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한 여성을 그 가족이 살해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이 법률은 2009년까지 존재하다 폐지됐다가 2011년 최소 5년형에서 최대 7년형이라는 가벼운 징역형을 추가하며 부활했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여성들
콩고민주공화국 법률에서 여성은 항상 남편을 따르며 남편과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다. 여성은 단독으로 법원에 가거나 장사를 하는 등 책임지는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예멘에서는 여성이 허가증 없이 집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하려 해도 집에서만 가능하다.
중국과 러시아에는 여성에게 힘든 육체노동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다. 열차 운전수, 소방관, 선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에 여성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마다가스카르의 여성은 가족 사업인 경우를 제외하고 밤에 일을 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운전을 금지한 나라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법률로 여성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운전 또한 불가능하며 해외에서 면허를 취득한 여성들의 운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간의 결혼은 유대법에 의한 것으로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성의 의사다. 말리에서는 재혼의 규정이 엄격한데 이혼 후 3개월이 지나야 새로운 남편을 찾을 수 있으며 사별한 여성은 남편 사망 후 4개월 10일을 기다려야 재혼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