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저자 크리스티안 자이델 인터뷰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50대 독일 남성
산부인과 검진, 생리대 착용까지
“여성들, 남성 안의 여성성 인정해야”

 

크리스티안 자이델은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gabapentin generic for what http://lensbyluca.com/generic/for/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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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자이델 제공

재미있는 시도가 독일에서 있었다. 50대 독일 남성인 크리스티안 자이델(56)이 지난 2012년 초부터 2013년 말까지 2년 가까이 여자로 살아본 것이다. 이 시도는 독일에서 지난해 『내 안의 여자(Dei Frau in Mir)』로 나온 뒤 베스트셀러가 됐고 최근 한국에서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배명자 옮김·지식너머)으로 출간됐다.

가볍게 시작됐지만 막상 내용은 고군분투한 흔적이 역력하다. 잘나가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까지 하는 미디어 사업가인 그가 여자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용기였다. 게다가 그는 아내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갑자기 여자로 살기로 한 그에게 불안함을 느끼며 몇주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자기 안의 진정한 인격을 마주하며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 자이델은 가짜 가슴, 가발, 화장까지 한 자신의 모습에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남성성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남성이란 사회적 역할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다.

작가 자이델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이메일 답변을 받은 뒤 궁금함에 질문을 다시 던졌다. 한국의 많은 젊은 남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이었다. 그의 대답은 꽤 심오한 주문이었다. 여성들을 향해선 “스스로 과거 성역할에 사로잡혀 남성에게만 요구하지 마라. 남성은 항상 성공해야 하고 강해야 하고 결코 약하거나 울면 안 된다고 하지 마라. 당신의 남성 안에 있는 인간성을 사랑하라. 그들 안에 있는 여성성도 같이! 인간성을 깨달은 남성만이 그들 안의 여성적인 면도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게 진짜 남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성들을 향해선 “직장이나 삶에서 전쟁놀이 하듯 이뤄지는 가식적이고 의미 없는 것들은 이제 버려라. 당신은 석기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여성들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또 자유롭기를 원하는지 둘러보라. 자신 안에 있는 여성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인간 본연이 되자. 그게 우리 삶을 완성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맨 마지막 문장은 50년 넘게 남성으로 살다 두 해 정도 여성으로 살아본 이의 따뜻한 충고였다. “남성들이여, 소년으로 남지 말고 성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삶은 더 아름다워지고 더 적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다음은 이메일 인터뷰 내용.  

-‘여자로 산다는 것’은 계획된 프로젝트였나.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냥 시작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남자 역할만 해왔다. 성공하기 위해서,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다른 남자들보다 더 괜찮은 남자가 되기 위해서. 나는 이런 남자 역할에 대해 짜증이 나 있었고 우연히 아주 개인적으로 시도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불안해하던 아내의 변화가 궁금하다.

“아내는 스스로 자신의 두려움과 분노가 우리 둘 사이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성 옷을 벗으면 똑같은 남성이었다. 한번 상상해봐라. 한 부부가 같은 여성이 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느끼는 강렬한 유대감, 굉장히 놀라웠다. 남성과 여성으로만 행동할 때보다 더 많은 자유와 행복을 느꼈고 아내 또한 그랬다고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남성과 여성은 같다. 다만 남성은 신조차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서 태어났다는 점이 다르다. 이게 중요한 차이점이다. 굳이 차이점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면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세계에 줬는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남성이 주도한 세계는 싸움과 전쟁, 사회 불평등, 다른 것을 파괴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상당히 비정상의 세계다. 난 이 세계의 리더십에 있어 성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들이 세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여성들이 인간 생존을 위한 더 큰 변화, 평화, 더 많은 창조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성은 본성적으로 생명을 창조하기 때문에 결코 남성들이 했던 방식으로 생명을 파괴하지 않는다. 남성이 이룬 세상의 결과물은 현재 일종의 재앙이다. 그것들을 불태워버릴 때다.”

-여성으로서의 일상이 궁금하다. 여성이어서 한 일 또는 하지 않은 일은.

“아침에 일어나 샤워한 뒤 어떤 옷을 입을지 고르면서 화장을 했다. 걸린 시간은 남자였을 때보다 좀 더 오래 걸렸다. 내 일상은 남성이었을 때와 같았다. 주로 내가 하던 것들을 여성일 때도 똑같이 했다. 그러나 여자로선 불가능한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일 때 남자들은 나와 진지한 회의를 하지 않았고 나 역시 혼자 밤에 술집이나 레스토랑에 가지 않았다. 남자들이 나를 쉬운 여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24시간을 여성으로 살지는 않았을 텐데.

“대부분 24시간 동안 여자였다.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산부인과 의사에게 검진을 받으러 간 적도 있다. 여자 친구들과 만나 새 직장을 잡고 그게 남자로서 구할 때보다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밤에 나는 여성 모형 가슴을 달고 여성용 잠옷을 입고 잠에 들기도 했다. 물론 내 아내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 정한 ‘남자의 날’에는 남자로 돌아왔다.”

-생리처럼 여성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시도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생리대도 착용했었다. 물론 생리통 같은 증상은 없었다.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도 받아보는 등 노력은 했지만 진짜 여성이 겪는 모든 경험을 다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시도들은 여성의 삶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었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기에 결코 여성이 될 수는 없다. 난 내가 남자라서 불행한 게 아니라 단지 남성 역할만 해야 하는 것에 불행하다고 느낄 뿐이다. 이게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여성이 구직의 어려움과 임금차별을 겪으며 일·가정 양립, 고위직 진입 한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점을 느껴보았나.

“이토록 자유로운 세상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곤 했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계속 차별받고 있다. 이건 여전히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이런 차별은 남성들에 의해 행해지는 집단 폭력과 같다.”

-이 책은 여성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남성 해방을 위해 쓴 것으로 보인다.

“당신 말이 맞다. 종래엔 남성 해방을 위한 글이다. 책 첫 부분은 여성의 역할에 대한 경험이 주로 나오지만 남성들이 겪는, 이를테면 여성을 항상 기쁘게 해야 한다 등의 역할 고정관념을 깨닫는 게 중요한 부분이다. 여성에게 인정받으려는 방식으로 남성성을 획득하는 게 아니라 남성 스스로 남성이 돼야 한다. 소년에서 스스로 남성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두려웠고 동시에 내가 너무 약하다고 느꼈다. 도망가고만 싶었다. 나에겐 너무 큰 공격이었고 모든 차별이 갑자기 한꺼번에 찾아온 듯했다. 당시 친구와 있지 않았다면 그 남자를 아주 심하게 때렸을 것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단지 트랜스젠더로 살아본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고 정하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그런 시각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다만 다시 당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여성이 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여성스러운 자태에 있지 않았다. 초반에는 그런 것들을 해봤지만 곧 그것이 여성에 대한 어떤 이미지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난 어떤 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아내와 저녁식사를 할 때 인간 대 인간으로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성 역할이란 고정관념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보는가.

“그렇다. 남성이고 여성이고 모두 그렇다. 남성은 역할 측면에서 더 많이 그렇다. 남성이란 이유로 스스로 두려움에 치마를 입을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한다. 여성들이 오히려 더 담대하다. 청바지를 입는 데 대해 두려움이 없지 않은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한국도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상당하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내 경험은 남성과 여성이란 성역할이 우리 스스로를 가둬 놓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젊은 남성과 여성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행동을 잘 지켜보고 주변을 보라는 것이다.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자신의 성역할에서 자유롭지 않다. 밖에 나가면 도시의 여러 표식이나 언어, 행동 양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정에 영향을 주는 그런 성역할에 대해 예민하게 볼 필요가 있다. 남성은 돈을 벌고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며 여성은 아름답게 보여야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저녁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성역할일 뿐이다. 무엇보다 여성은 더 이상 남성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 여성들이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교육받으며 돈도 스스로 번다. 남성들은 이걸 깨달아야 한다. 이걸 깨닫지 못한 남성은 괜히 여성에게 적대적일 수 있다. 남성들은 스스로 더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새로운 정체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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